''아름다운 강여사''(캔버스에 유채,90X90㎝)는 교포작가 니콜라이 박(한국이름 박성룡·79)이 지난 가을에 완성한 인물화다.

함경도 출신인 그의 부모는 일찍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박성룡을 낳았다.

니콜라이 박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소련 전역을 고아처럼 떠돌아다녀야 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는 우즈베크공화국 화가연맹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우즈베크 최고 공훈예술가 칭호와 구소련 미술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화가다.

그의 인물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살아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구소련의 2만여 화가 중에서 뽑혀 레닌 스탈린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 등 국가원수 6명의 초상화를 그려 역사박물관에 헌정됐을 정도다.

니콜라이 박이 한국화단에 소개된 것은 1994년.

당시 예술의전당에서 보름 정도 전시회를 가졌는데 예술의전당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는 최대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시회 이후 그는 1995년부터 서울에 닻을 내렸다.

그의 명성이 국내에 퍼진 것은 1998년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덕수궁에서 열린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에서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 분관개관 기념으로 개최한 전시회의 출품작 설문조사에서 니콜라이 박의 ''사마르칸트 동구밖''(풍경)과 ''고려처녀''(인물)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선정됐다.

소문은 무서운 것.

그가 초상화를 기막히게 그린다고 알려지자 당시 국회의원 H씨,기업인 C씨 등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초상화를 부탁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권력도 돈도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번번이 거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과 같은 초상화는 그리지 않겠다는 생각과 이왕 인물화를 그리려면 30년 전부터 자기 마음 속에 묻어둔 흰옷 입은 한국여성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튕기다가 만난 상대가 바로 이 초상화의 모델인 강 여사다.

강 여사는 60년대초 박정희정권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박모씨의 부인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로 아마도 국내 최연소 장관부인이었을 것이다.

초상화는 강 여사의 2년 전쯤 모습이다.

그는 현재 환갑이 지났지만 젊은 여성 못지않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요즘도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린다고 하니 젊은 시절 그의 미모는 장안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음에 틀림없다.

니콜라이 박은 특이하게 이 초상화 두점을 완성했다.

검정 한복을 입은 작품은 모델에게 주고 흰 옷 입은 작품은 자신이 보관한 것이다.

작품이란 아무리 잘 그려도 작가의 마음에 쏙 드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팔순을 눈앞에 둔 노화가건만 자신의 기량을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2001년 그의 팔순기념전이 서울에서 성대하게 열렸으면 좋겠다.

월간 ar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