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채림(21)에게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없다.

스스로 자신의 매력으로 꼽는 눈웃음도 사라졌다.

"대인공포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터뷰를 꺼렸다.

스물한살, 한창 귀여움을 받을 나이에 일찍 시련을 겪은 것이다.

"귀엽다" "연기잘한다" 등의 칭찬에만 익숙해있던 사람에게 주변의 비판은 더욱 가슴저미는 법.

SBS 수목드라마 "여자만세"(연출 오세강,극본 박예랑)촬영현장에서 모처럼 환한 모습의 채림을 만났다.

금발의 단발머리차림의 채림은 "정말 아픈만큼 성숙하게 되나봐요"라며 언제 가슴앓이를 했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채림에게 지난 5개월은 연예계 데뷔 이후 처음겪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칭찬을 주로 듣던 그에게 MBC "이브의 모든 것"은 어쩌면 악몽이었는지 모른다.

악역을 맡았던 김소연의 연기에 철저하게 가렸다.

"연기가 너무 밋밋하다" "너무 귀여운 이미지에 기대는 것 아니냐"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이브"를 하면서 정말 평범한 역을 연기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름대로 얻은게 많았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얘기하지만 표정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실 사람들 만나기가 무서웠어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지어내는 인터뷰기사를 보면서 정말 속상했어요"

게다가 CF를 하면서 배운 인터넷도 화근이었다.

직접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정도로 인터넷에 익숙해진 뒤 통신에 올라있는 글들을 검색하면서 자신에 대한 험담과 비판을 보게됐다.

"괜히 인터넷배웠다 마음고생만 했어요. 연예인들은 인터넷하면 안될 것 같아요"

"여자만세"에서 채림은 다시 발랄한 이미지로 되돌았다.

벤처회사 기획실장 서영.

일하는 재미에 푹빠져 학교도 중단하고 벤처에 뛰어드는 신세대 맹렬여성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언니 다영(채시라)과 상반된 캐릭터다.

채림은 "이번에는 제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이라 한결 편안하네요"라고 말했다.

실제 채림은 연기때문에 학교(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2년째 휴학중.

한창 대학생활의 재미를 만끽할 때 연기 때문에 잃는 것도 적지않다.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이 있어 다른 친구들처럼 맘편하게 놀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하죠"

TV에서는 스타이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철없는 딸이다.

"용돈은 대중없지만 매일 아침마다 엄마에게 구박받으며 받아써요"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얘기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한창때 연애안하면 언제하겠어요"라며 살짝 에두른다.

채림은 "김치 한번 담가보지 않고도 엄마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김혜자 선생님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까 지금은 제 나이에서 소화해낼 수 있는 새로운 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