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은 바람처럼 가버렸으나 폐부를 찌르는 절절한 소리는 아직도 이땅 어딘가에서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모든 기쁨과 환희,그리고 마약과 폭음으로 찌들었던 혹독한 고독과 절망을 한데 보듬어 노래에 고스란히 투영했던 가객 김현식. 간경화로 투병하다 지난 90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의 "10주기 헌정앨범"이 최근 발매됐다.

76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랑했어요""골목길""비처럼 음악처럼""내 사랑 내 곁에"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으며 국내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인물.

더블 앨범으로 나온 이번 음반에는 조성모 신승훈 김민종 유승준 이승환 김경호 임재범 권인하 전인권 한영애 엄인호 등 후배.동료가수 25명이 참여했다.

CD 첫장은 후배가수들이 부른 김현식의 히트곡들로 꾸며졌다.

조성모가 "한 여름밤의 꿈"을,신승훈이 "가리워진 길"을,그리고 김민종이 "언제나 그대 내 곁에"를 불렀다.

댄스 가수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유승준은 랩을 가미한 슬로우 댄스곡으로 "골목길"을 재현해냈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 사랑 내 곁에"를 맡은 김조한은 거친 샤우트 창법을 구사한 원곡을 R&B(리듬 앤드 블루스)곡으로 소화했다.

로커 김경호는 폭발적인 록 음악으로 "사랑 사랑 사랑"을 되살려낸다.

두번째 CD에는 생전에 김현식의 음악적 동지였던 뮤지션들이 주로 참여했다.

임재범이 김현식과 같은 거친 창법으로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르고,한동준이 특유의 여린 목소리로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들려준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프리마돈나 이태원은 "추억만들기"를,영화배우 최민수는 "넋두리""사랑했어요"를 열창한다.

이밖에도 장필순 조동익 정경화 등이 화음을 맞췄다.

김현식 헌정앨범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음반은 그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작업을 함께 한 대부분의 가수들은 김현식의 노래를 자기들만의 스타일대로 해석,그의 음악 인생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단 일부 신세대 가수들이 재해석 없이 다시 부르기 수준에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가수들은 오는 12월 31일 대규모 추모공연을 열 예정이다.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아직 장소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앨범과 추모공연에서 얻은 수익금은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김현식의 아들 완제군의 학비와 김현식 추모사업회를 만드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