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삼 역.세종서적 )

왜 첨단 기술, 첨단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할까.

누가 봐도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제품에 시장을 내주는 경우가 흔하다.

실리콘밸리 소재 첨단기업 컨설팅 회사 회장인 조프리 무어가 쓴 "벤처마케팅"은 이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과 대안을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첨단 제품이 소개되면 호기심이 강한 기술자나 마니아 그룹이 먼저 구입하는데 이 단계는 초기 시장으로 규모가 작다.

반면 다수 소비자는 기술의 우수성보다는 제품이 주는 실질적인 혜택과 시장 평판을 중시하며 구매의사 결정이 느리다.

이 시장이 제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류 시장이자 대중 시장이다.

이처럼 초기 시장과 대중 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 저자는 이 차이를 "대단절(chasm)"로 표현한다 - 첨단 제품이 초기 시장을 넘어 대중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대중시장 공략 전략은 "집중화"와 "완전 제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초목표로 세분된 시장을 선택해 집중 공략함으로써 월등한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평판 등을 확보한 후 - 저자는 이를 "작은 연못 큰 물고기 전략"이라고 부른다 - 이를 지렛대로 삼아 시장을 확대해야 나가야 한다는 것.

처음부터 큰 시장을 목표로 하기보다 시장을 세분화하고 집중공략해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게 구전 효과나 유행이 크게 작용하는 대중시장 공략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목표 세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첨단제품에 여러 보완적 서비스와 보조 제품을 결합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완전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밖에 저자는 시장의 정의, 경쟁상대와의 포지셔닝, 유통경로와 가격정책 등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면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을 등한시하거나 홍보 광고 정도로 폄하하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마케팅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 책은 "시장과 소비자에 집중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기술자와 달리 경영자에게는 시장의 변화를 읽고 전략을 수립, 실행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

이 책은 벤처기업의 창업 기술자들이 성공적인 경영자로 변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인터젠 컨설팅그룹 대표.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 ycpark@interg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