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연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모든 연기자들의 바람이다.

전작에서 좋은 연기로 호평받았을 경우 더욱 그렇다.

''이브의 모든 것'' 이후 4개월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소연(20)도 새 드라마가 적지않게 부담이 되는 눈치다.

그는 4일부터 방송되는 MBC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연출 이관희,극본 조소혜,오후 7시55분)의 노승리 역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시사회가 끝난 후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브의 모든 것''의 허영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브의...''이 끝난 후 CF 촬영하는데 감독님에게 눈에 힘 좀 풀라는 주문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집에서 다시 모니터를 하는데 허영미의 못된 성격이 정말 소름끼치더라고요"

어찌보면 그만큼 연기에 몰입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악역으로 고착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엄마야 누나야''의 출연제의를 받고도 딸이 엄마에게 복수한다는 내용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4회까지 대본을 찬찬히 읽으면서 마음을 바꿨다.

"노승리도 허영미 못지 않게 강한 캐릭터지만 승리는 자생력이 강한 잡초같은 아이예요.

엄마에게도 버림받으며 복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밝은 천성을 가진 아이라는 점이 끌렸어요"

승리는 대리모까지 동원해 아들을 얻으려는 부자집안의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여자아이다.

가전제품 외판원인 생모(장미희)와 단 둘이 살면서 남자처럼 거친 성격의 여자아이로 자란다.

하지만 엄마마저 영업소 소장과 눈이 맞아 달아나자 복수할거라며 생부의 집을 찾아간다.

그는 드라마 초반부터 들판의 잡초처럼 거친 성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엄마에 대해 험담하는 공장 여직원들을 흠씬 두들겨패주는가 하면 걸음걸이도 껄렁껄렁하다.

심심치않게 내뱉는 육두문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 ''체인지''를 찍을 때 배워둔 게 톡톡히 효과를 보네요.

그때 감독님이 내뱉는 욕을 그대로 따라하는 특수교육을 받았거든요"

"모처럼 극중에서 자신과 동갑내기 배역을 맡아 홀가분하다"는 김소연.

"''이브…''때도 그랬지만 이번 드라마의 노승리 역도 연기인생의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제법 어른스럽기까지 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