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단의 원로 윤중식 화백(88)이 화집발간 기념 개인전을 연다.

오랜 침묵을 깨고 82년 이후 18년만에 갖는 전시회로 그의 대표작들이 모두 걸린다.

윤씨는 대담한 화면전개와 색채로 독자적인 회화미를 개척한 한국회화의 선구자.

화사한 색채와 강렬한 터치는 생동감으로 넘친다.

색면분할을 통한 구성은 독특한 형식미를 지닌다.

굵은 흑선으로 강조한 윤곽선은 대상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평면구성에 탄력을 준다.

윤씨의 작품세계는 "석양빛 자연미의 색채적 찬가"로 요약할수 있다(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

작품의 뿌리는 바로 향토적 정서에 바탕을 둔 자연주의다.

그의 관심은 주로 서정적인 풍경화에 집중됐다.

즐겨그린 작품속에는 엄숙한 대자연의 생명력과 신비함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한가한 어촌마을,살가운 시골농촌,먼 하늘과 깊은 숲에는 자연을 향한 작가의 낭만적인 감정이 듬뿍 담긴다.

풍경속에 유난히 태양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추수뒤의 빈 들녘에 쏟아지는 가을의 햇살,나뭇가지나 수숫대에 떨어지는 저물녘 햇살의 광채,불타는 듯 붉은 저녁노을의 햇빛,낙조때의 황금빛 색조와 잔상...

54년 서울에서 가진 첫 개인전때 미술평론가 이경성은 그를 일컬어 "석양의 작가"라 했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는 작가가 평양 출신의 실향민이라는 데서 더 절실히 읽힌다.

숭실중학 2학년이던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유화 두점이 모두 입선하면서 화가로서의 재능을 나타냈다.

일본 도쿄의 데이코쿠 미술대학으로 유학한 그는 42년 조선미술전에 "석양"을 내어 입선하기도 했다.

평화롭고 향토적인 석양풍경을 눈부신 색조로 그려낸 이 작품은 후기작품의 방향을 예고해 주었다.

화단에서는 윤화백만큼 작품의 소재나 방법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가가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60년의 시간대가 흐트러짐없이 일관된 맥락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조형의식과 애착이 있기 때문"이라며 "윤중식의 화면이 보여주는 밝은 환희와 감동은 하나의 청량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한다.

국전심사위원장,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윤씨는 미수의 나이에도 화필을 들고 왕성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귀감이 되고 있다.

"나의 시간,나만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아끼고 간직하려 노력했다.

내 작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라는 고백은 그래서 숙연함을 준다.

이번에 발간된 화집은 60년 작업을 집대성한 것으로 모두 2백10점의 작품이 실려있다.

고유한 화풍이 엿보이기 시작한 "흑의의 여인"(50년)부터 98년에 제작한 "설경""군상"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두루 살필 수 있다.

전시회에는 화집에 수록된 작품중 "호수""아침""섬""노을""전원"등 대표작 40여점을 엄선했다.

전시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3~17일까지.

(02)734-6111~3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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