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들에게 장래 목표를 물었을 때 한결같이 나오는 답은 간판 뉴스의 앵커우먼이다.

경력은 짧지만 의욕에 불타는 아나운서일수록 이렇게 대답하는 확률이 높다.

5개월 전 MBC ''피자의 아침''의 김주하(27) 아나운서를 만났을 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아나운서라면 누구나 9시 뉴스의 앵커를 꿈꾸지만 전 시청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영화나 퀴즈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해 보고 싶어요"

그 후 5개월이 지난 뒤 그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9시 뉴스의 앵커우먼으로 발탁됐다.

오는 30일부터 권재홍 앵커와 함께 침체에 빠진 9시 뉴스데스크 부흥의 임무를 맡게 된 것.

어려울 때 저녁뉴스에 투입돼 부담은 되지만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아나운서로서의 소신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단다.

"우리가 대화할 때 시선을 마주보거나 손을 잡고 말할 때의 느낌이 다르잖아요.뉴스도 앵커의 표정과 멘트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거든요.전 아직까지도 딱딱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앵커의 이미지를 좀더 친근하게 바꿔보고 싶어요"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아침뉴스만 줄곧 맡아왔다.

이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다른 9시 뉴스 진행에 대한 주위의 걱정도 없지는 않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에는 가볍게,저녁에는 풍성한 식탁에서 식사하지만 밥을 먹는다는 점은 같잖아요.뉴스도 아침이냐,저녁이냐보다는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가 저녁뉴스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매일 새벽 3시에 깨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란다.

"깨우지 않으면 오전 10시까지 잘 정도로 아침 잠이 많은 저 때문에 그동안 고생 많으셨거든요.오후에 출근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기뻐요"

입사 4년차,방송 3사의 앵커우먼 가운데 가장 ''젊은피''에 해당하는 그는 껄끄러운 질문도 피해가지 않는다.

전임 앵커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여성앵커의 이미지와 위상을 한층 높여놓은 백지연 선배나 멘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던 김은혜 선배 모두 앵커우먼의 입지를 넓히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저 역시 나중에 후배들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앵커가 되고 싶어요"

그는 여성스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내 노래패로도 활약하는 행동파다.

"요즘은 노래패가 활동할 일이 없어 밥만 축내고 있다"며 거리낌없이 얘기한다.

뉴스 전달능력 못지않게 이처럼 소탈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뉴스데스크에서는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