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은 가장 큰 사치를 해보려 합니다. 우동 3인분을 주십시요"

구리 료헤이의 수필 "우동 한 그릇"의 말미에서 북해정을 찾은 세 모자가 한 말이다.

정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음식 동네에서 몇 년 지내다보니 남 보기에는 물론이고 스스로 생각해도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일이 맛있는 음식 찾아 먹는 일이다.

제 끼니에 반찬 세 개 갖춰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도 행복이거늘 왕복 한 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 찾아다니며 먹는 게 일이 되었으니...

요즘처럼 바람이 스산하고 날씨가 꾸물꾸물한 날이면 타워호텔 한식당 아리수(2236-3355)나 삼청동 "이즈미(泉)"(723-3183)의 우동 한 그릇이 기분을 바꿔준다.

가츠오부시(가다랭이포)를 넣고 끓인 물에 무와 다시마,대파 등을 넣고 일본 간장과 맛술로 맛을 낸 국물에 통통하니 도톰한 면을 말아주는 아리수의 우동.

일식당이 따로 일층에 있던 때나 한식당과 함께 운영하는 지금이나 위치는 달라도 우동 맛은 변함이 없어 좋다.

이즈미는 좀 별나게 장사하는 집이다.

주인이 일본의 국수학교에서 기본을 배우고 와서 조그맣게 가게를 차려놓고 주방과 홀을 혼자 관리하며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장사만 한다.

원래 우동 면을 삶을 때는 우동의 열 배가 넘는 물이 필요하다.

먼저 중력분에 소금을 약간 넣고 여러 번 치대어 반죽을 한 뒤 면으로 뽑아낸다.

처음에는 우리 나라 칼국수처럼 반죽을 밀어서 칼로 썰어서 면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기계로 뽑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 면을 흐르는 물에 씻어낸 뒤 끓는 물에 넣어 삶는다.

끓어오를 때 찬물을 여러 번 부어 삶은 뒤 건져 찬물에 담갔다가 마지막에 우동을 만들때 끓는 물에 데쳐 사용하는 것이 기본.

이즈미에서는 우동 한 그릇을 낼 때마다 면을 세 번 이상 삶아내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수한다.

국물 역시 담백해 일부러 찾아간 공이 아깝지 않다.

특히 요즘은 버섯이 넉넉히 들어간 버섯 우동이 맛있다.

우리 나라에서 우동하면 중국 음식점의 우동과 일본 음식점의 우동을 동시에 연상하는데 원조는 중국 것.

일본우동은 1천3백년 전 일본의 홍법대사가 중국에 불교를 공부하러 갔다 와서 중국의 우동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바꿔 전파시킨 데서 유래한다.

중국 우동이 맹물에 오징어,새우,홍합 등의 해산물과 시금치 등의 야채를 넣고 끓여내어 맑고 깔끔한 데 비해 일본 우동은 가츠오부시 맛이 강해 훨씬 감칠맛이 있다.

또한 시치미(7가지 양념가루)를 곁들이면 국물이 얼큰해져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식성에 잘 맞는다.

원래 일본 우동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것으로 나뉘는데 기후가 좋아 좋은 밀이 나오는 관서 지방 우동의 면발이 연하고 말랑말랑하며 끈기가 있어 더 유명하다.

일식 우동이 요즘처럼 흔해진 것은 "기소야" "기조암" "동경" "관서옥" 등의 일식 우동 전문점이 생기면서부터.가케우동,유부우동,튀김우동,고모쿠우동, 다마코우동,가스오우동,냄비에 우동과 기타 재료를 넣어 끓이는 냄비우동 등의 일반적인 일본 우동 외에 김치를 넣어 만든 김치 우동,돌냄비에 끓여내는 돌냄비우동 등 우리 실정에 맞는 우동 메뉴를 내놓으면서 우리 나라에서 일식 우동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또한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젊은 층사이에서 환영을 받으며 2~3년만에 점포를 1백개 이상 늘려가고 있는 "용우동"이나 "한우동" 등도 가츠오부시 국물을 기본으로 한 일본 우동을 주 메뉴로 삼고 있는 만큼 일본 우동의 수요와 인기는 앞으로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신혜연(월간 데코피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