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화가 이종혁(62)씨.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파리로 건너가 평면화가로 변신한 특이한 작가다.

색면분할로 펼쳐지는 그의 작품세계는 환상적일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신비한 맛을 내고 있다.

그래서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시적 추상화''라고 부른다.

일부에선 ''보이는 색인 동시에 듣는 색''을 구사하는 작가라고도 평한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로제 부이오는 미술시사지 ''로이유'' 최근호에서 "이종혁은 빛살로 아롱지는 형상을 통해 음악적 효과를 나타내는 작가"라고 극찬했다.

이런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4년 만에 갖는 귀국전으로 1백호와 1백50호짜리 대작 두점을 포함,모두 30여점의 추상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는 반추상화같은 그림이 등장한다.

어떤 작품은 젖병을 문 아기가 누워있는 형상같고 어떤 작품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형상으로 비쳐진다.

이씨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회화적 테크닉으로 옮기면 이를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

''무제''라는 제목조차도 없다.

이씨는 이를 두고 "보는 이들이 아무런 선입관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목을 달아놓으면 거기에 매달려 상상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이종혁은 곡선과 직선,색과 빛,의식과 환상 등을 서로 얽어매 신비로운 미의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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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