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정부와 박물관, 그리고 민간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문화상품이다.

1981년 "궁전 전체를 미술관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한 그랑 루브르 프로젝트, 연간 운영비의 30%를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박물관 경영진, "루브르의 친구들" 등 후원회의 활발한 지원활동이 그 요체다.

"그랑 루브르"는 대대적인 신축과 보수를 통해 루브르를 세계 최대 박물관으로 만든 프로젝트.

총 70억프랑(약 1조3백여억원)이 투입돼 15년간 추진된 대역사였다.

1997년 재개관한 루브르는 6만평방m의 전시실과 2.5km나 더 늘어난 관람동선을 갖추게 됐다.

유리 6백장으로 만들어진 유리 피라미드도 이 프로젝트의 산물.

인류의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루브르의 최대 상징물이 됐다.

40여만점의 예술품과 이를 둘러싼 웅대한 인프라가 프랑스의 문화역량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를 자본의 승리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프랑스, 특히 파리시는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아름답게 개발할지 부단히 고민하고 있다.

지방도시들과 연계한 "21세기 정원사업"이 하나의 예.

프랑스 전역을 정원처럼 꾸미자는 이 발상에서 새 세기에도 파리를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자 최대 관광지로 가꾸려는 파리시민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에펠탑 부근에 세계 최대의 시계를 설치하고 루브르박물관에 "초기 인간문화관"을 열 예정이다.

세느강을 마주하고 있는 오르세이 미술관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해 "뮤지엄 벨트"를 만드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루브르 경영진의 확고한 비즈니스 마인드도 루브르의 자생력을 키우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 박물관의 연간 운영비는 1998년 기준으로 6억5천2백만프랑(약 9백60여억원).

예전처럼 국고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나 큰 규모다.

그래서 루브르는 관람료를 45프랑(약 6천7백원)으로 높게 책정하고 지하 쇼핑몰에서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등 수익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파리교통공사와 함께 펼치는 "루브르행 표 한장" 캠페인도 고객을 찾아 나서는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

파리 지하철역에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한 17세기 유화 포스터를 내걸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루브르박물관은 연간 운영비의 30%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

박물관 후원회인 "루브르의 친구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단체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한 예술품 2백81점을 모아 1997년 창립 1백주년 기념 컬렉션을 열었다.

미술품을 공공의 자산으로 여기는 프랑스인들의 마인드가 일궈낸 아름다운 행사였다.

이 단체의 회원은 모두 8만명.

연간 30억원이 넘는 회비로 루브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문화의 중요성을 생각지 않기 때문에 우리식 문화경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게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 같은 것은 그 다음 문제죠"(김재준 국민대 교수)

루브르박물관이 던져주는 교훈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