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상,대각국사 의천,보조국사 지눌.한국 불교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승들이다.

이들의 사상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경북 김천 직지사 성보박물관(관장 흥선)과 설법전에서 다음달 2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

지난 96년 개관 이후 직지사 성보박물관이 처음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국 사찰에 흩어져 있는 94점의 고승 진영(眞影·초상화)과 유품 및 관련자료 19점을 감상할 수 있다.

동화사에 소장된 보조국사 지눌 진영을 비롯 지공·나옹·무학 3화상의 진영(신륵사 소장),인봉선사 진영(송광사 소장) 등 작품성이 뛰어난 진영들이 대거 출품됐다.

특히 일본 고산사가 소장하고 있는 원효와 의상의 진영이 사진으로나마 국내에 처음 소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15세기 우리나라 원효와 의상의 진영을 보고 모사(模寫)했다고 알려진 두 진영은 학자적인 모습의 의상과 막힘없는 보살행을 행했던 원효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각국사 의천 진영과 금란가사도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금란가사는 고려 선종이 내린 하사품으로 가사 중앙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세 발 달린 까마귀와 토끼를 수놓았고 주변의 작은 조각에는 불 보살 경전 이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밖에 현존하는 진영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보조국사 지눌과 사명대사의 진영,조사신앙의 전형적인 형식을 보여주는 직지사 조사탱,사실주의적 화풍으로 그려진 김룡사 소장 고승진영 5점도 만나볼 수 있다.

관장 흥선 스님은 "진영은 얼핏 보면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담겨있는 풍모가 모두 다르다"며 "이번 전시가 고승들의 삶과 정신을 접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54)436-3087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