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천년간 가장 탁월한 지도자''(뉴욕타임스),부도 직전의 영국을 세계 최대 제국으로 키워낸 여장부.

영국과 결혼한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추진한 개혁 드라이브와 리스크 관리,군주로서의 국가경영 이념은 오늘날의 경영자들에게도 훌륭한 모범이 되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과 통치 스타일,리더로서의 풍모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앨런 액슬로드 지음,남경태 옮김,위즈덤하우스,1만3천원)가 최근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이 많은 경영서적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까닭은 ''역사로 배우는 지혜경영''의 정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즈니스 위크지 베스트셀러인 ''패튼 리더십''으로 유명한 경영저술가.

그는 엘리자베스가 영국이라는 나라를 거대한 기업처럼 이끌고 경영했다면서 4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리더십의 요체는 빛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즉위했을 때의 영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화폐가치 하락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종교분쟁으로 인한 내분,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왕권,강대국 스페인과 프랑스의 위협 등등.

잇단 금융 위기와 주가 폭락,환율 상승,유가 폭등,정치권 불안 등 지금의 우리와 너무 닮은 상황이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영국호의 선장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로 승부를 건다.

종교문제에서는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고 의회와 타협해 왕권을 안정시켰으며 화폐개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집권 초반기에 국내 안정을 꾀한 다음에는 대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셰익스피어와 스펜서로 대표되는 ''영국 르네상스''의 영화는 그 부록인 셈이다.

저자는 이같은 여왕의 리더십을 현대 감각에 맞게 하나씩 분석하고 곧바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를 1백36개의 메시지와 교훈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의미를 짚어내면서 리더십과 관련된 10가지 주요 교훈까지 추출해낸다.

''리더의 첫째 교훈-생존''''이미지를 창출하라''''소박한 풍모를 리더십에 결합하라''''전횡을 피하면서 대의명분을 창조하라''''충직한 측근과 충직한 반대파를 동시에 구축하라''''기업을 성장시켜 경쟁자를 분쇄하라''''위기를 승리로 전환하라''''권력을 장악하라''''위대한 리더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책을 읽다보면 엘리자베스 1세라는 한 사람의 리더로부터 1백36명의 21세기형 CEO를 만날 수 있다.

''급진적인 변화를 조심하라''''리스크를 면밀히 계산하고 승리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라'' 등 난세의 국가·기업 경영비법을 이만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도 드물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