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산 허균(1569∼1618)은 조선조를 통틀어 손꼽히는 문장가요,지식인이었다.

화담 서경덕의 수제자였던 아버지 허엽과 천재적인 문재를 지닌 형 허봉,그리고 한많은 조선여인의 삶속에 불같은 시들을 토해내고 요절한 누이 허난설헌.

당대 최고 명문가 집안출신이었고 좌참찬의 벼슬에까지 올랐지만 그는 자신의 한글소설 ''홍길동전''과 같은 이상사회를 꿈꾸며 역모를 꾀하다 처형당한 혁명가였다.

KBS-2TV가 오는 18일부터 방송하는 ''천둥소리''(수.목 오후 9시55분, 연출 이상우, 극본 손영목)는 조선중기에 태어나 파란의 시대를 살다간 허균의 일대기를 그린 50부작 드라마다.

광해군의 세자시절 스승이었던 허균은 임진왜란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고 방랑과 기행으로 세월을 보낸다.

그후 40대에 북인정권의 우두머리가 되어 승승장구하지만 이상사회에 대한 갈망으로 서자출신의 벗들과 모반을 꿈꾼다.

서자 출신의 동료 이재형의 배신으로 역모는 들통이 나고 허균은 청년시절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열정을 불태웠던 광해군 앞으로 불려간다.

"정녕 이 길밖에는 없었단 말이냐?"

"외척들을 다 처단하실 수 있습니까"

평등사회를 꿈꾸던 허균은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최재성이 허균 역을 맡아 혁명을 꿈꾸던 풍운아의 모습을 연기하고 허균의 절친한 벗이자 주군이었던 광해군 역은 김주승이 맡는다.

또 영화 ''가위''로 시선을 끈 신인탤런트 최정윤이 허균의 두번째 아내 성옥으로 출연한다.

허균집안의 하녀신분에서 기생이 됐다 다시 허균의 옆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인생유전을 통해 허균의 평등의식과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서화담과 황진이처럼 허균과 정신적 문학적 교감을 나누는 기생 매향역에는 오정해가 캐스팅됐다.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우리가 홍길동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허균은 사실 혁명가였다"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허균이 홍길동의 율도국을 머릿속에 그리기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