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화가 중 그림값이 가장 높은 작가는 박수근(1914∼1965)이다.

그의 그림은 1959년 반도화랑에서 3∼4호짜리 소품 한점에 4만환(4천원)을 받았다.

그후 박수근 그림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호당가격이 59년 1천원에서 78년 1백만원으로 20년 사이에 1천배까지 뛰어올랐으며 91년에는 1억5천만원을 기록하며 30여년 사이에 15만배나 상승했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그림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박수근의 작품은 호당 8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후 서울에 와 있던 마거릿 밀러 여사가 많이 사갔다.

그녀는 서울에서 뿐 아니라 미국에 돌아가서까지 박수근 작품을 사들인 애장가다.

1979년 박수근의 미망인 김복순 여사는 두손갤러리 김양수 사장과 함께 회고전을 열기 위해 밀러 여사를 찾아가 사례금을 주고 30여점을 인수했다.

그러나 국내 애호가들의 극성에 못이겨 회고전도 열기 전에 인수작품을 모두 넘겨주고 말았다.

이때 호당 가격은 3백만원이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나무와 두여인''(캔버스에 유채,130X89㎝)은 박수근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1962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자유미술전''에 초대 출품했던 역작.

소품이 많았던 그의 작업으로 본다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대작이다.

높고 큰 고목나무 한그루를 화면 가득 차게 그렸고 나무밑 양쪽에 두여인을 등장시켜 균형을 잡았다.

한 여인은 아기를 업고 한여인은 머리에 물건을 인 모습도 재미있다.

중심이 되는 굵은 나무 줄기는 강하게 내재된 생명감으로 꿈틀대다 정지한 형상이고 윗부분에 이리저리 얽히고 뻗친 크고 작은 가지들은 춤추다 멎은 듯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윤기라고는 없는 검은 나목(裸木)으로 쓸쓸하지만 그러나 당당하게 서 있는 표상이 가난과 병고를 이겨내던 박수근 자신의 좌절하지 않는 자화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소설가 박완서는 미8군에서의 그와의 만남을 기리기 위해 박수근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나목''을 소설 제목으로 정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 작품의 구도는 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했다가 입선에 그친 ''나무''에서 이미 구상됐던 것.

귀가하는 여인의 주황색 저고리와 검은 치마는 매우 밝은 색상으로 조화돼 있고 한결 부드럽고 고르게 원근감이 배제된 수법이면서도 깊은 대기감(大氣感)을 맛보게 한다.

월간 ar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