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가방 디자인에도 의류처럼 복고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몇십년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들었을법한 가방이 다시 첨단 패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의류가 미니멀리즘을 멀리하고 화려한 장식과 색상에 깊이 빠져든데 반해 가방은 단순한 디자인에 실용적이고 편리한 스타일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2000년 가을 핸드백의 특징으로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디자인과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고안된 큰 사이즈,견고한 소재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남성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단정하고 튼튼해 보인다.

특히 가방 입구 부분의 디테일이 인상적인데 닥터스 백이나 프레임 백 등에서 입이 굳게 다물어진 가방 입구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구치에서 나온 골드체인백처럼 시선을 단박에 빼앗아 가는 여성적이고 화려한 디자인도 나와 있다.

그러나 프라다를 필두로 셀린느 도나카렌 등 톱브랜드들은 남성적인 스타일의 핸드백에 치중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용성을 중시하는 커리어우먼의 구매파워를 감안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지난 봄까지 거세게 불던 로고 붐이 사라진 것도 인상적이다.

프라다 가방에서 고유의 역삼각형 로고를 찾아보기 어렵고 구치의 더블G나 루이비통의 LV로고를 이용한 현란한 로고패턴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진짜 상류층 여성이라면 드러내지말고 한겹 안쪽에서 은근히 과시하라"는 디자이너들의 지상명령이 떨어진 듯 로고가 사라졌다.

이번 시즌 유행 핸드백 스타일을 살펴보자.

<>닥터스 백(Doctor''s Bag)

서양 의사들의 왕진가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닥터스 백이라고 불린다.

실용적으로 보이는 큰 사이즈와 입구 양쪽에 달린 클러치,앞면 가운데 부분에 부착된 작은 열쇠와 열쇠집이 특징.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염소가죽 또는 소가죽이 주소재로 쓰인 이 가방은 여성스러움이 극대화된 올 가을 의상과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보스턴 백(Boston Bag)

납작하고 딱딱한 손잡이가 달린 보스턴 백도 이번 가을 인기 아이템중 하나다.

보스턴 백의 독특한 손잡이는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가 처음 고안해 특허를 받은 디자인으로 50년만에 부활한 것이라는게 프라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에는 짧은 손잡이와 어깨에 맬 수 있고 긴 가죽끈이 함께 달린 스타일이 많이 나왔다.


<>프레임 백(Frame Bag)

가방 입구부분에 프레임이 달려 있고 똑딱식으로 여닫게 만들어진 프레임 백은 1940년대에 유행했던 디자인이다.

둥근 가방 실루엣과 똑딱식 단추가 우리에게는 옛날 한복을 입고 들었던 복주머니 손지갑을 떠올리게 한다.

천보다는 소가죽이 프레임 백의 소재로 선호됐으며 바탕색과 다른 컬러로 가방 테두리를 둘러 유연한 곡선을 강조했다.

어깨에 맬 수 있는 긴 끈이 달려 있는 스타일과 겨드랑이에 가볍게 끼어 들 수 있는 스타일이 판매되고 있다.

<>브리이프케이스(Briefcase)

남자들의 서류 가방 디자인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천편일률적인 딱딱한 사각모양에 검정 컬러에서 벗어나 완만한 곡선과 화려한 색상이 여성 핸드백 못지 않은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브리이프케이스 내부는 핸드폰과 필기구 서류 등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편리한 수납기능을 갖췄다.

타조가죽 소가죽 돼지가죽 등의 소재로 만들어 졌으며 빨강 브라운 베이지 짙은청록색 검정 등의 컬러가 매장에 나와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