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은 1962년 탄생 이래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생산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생산량이 10배가 되었고 다음 10년 만에 10배,다음 10년 만엔 다시 20배가 되었다.

1980년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10위인 브라질의 10분의 1도 안되었으나 1990년엔 세계 9위가 됐다.

김인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모방에서 혁신으로''(시그마인사이트컴·1만5천원)는 기술학습의 동태적 과정을 면밀히 살핀 상당히 실증적인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인용,고속성장의 배경을 밝힌다.

산업발전은 모방적 학습에서 비롯되었지만 창조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란 주장이다.

1960∼70년대 모방학습의 중추는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고등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은 인력 풀을 형성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인력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높은 교육열이 이를 방증한다.

1948년 문맹률은 78%였다.

정부는 교육예산을 1951년 전체 대비 2.5%에서 1966년 17%로 상향조정했다.

그 결과 1970년 초등학교 입학률은 1백%를 기록했다.

중학교 입학률은 1953년 21%에서 1994년 99%로 뛰어올랐고 고등학교 입학률은 같은 기간 12%에서 89%로 증가했다.

문맹률은 1970년 10%대로 떨어졌다.

한국의 교육수준은 경제수준에 비해 기대 이상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90달러였을 때 그 2배인 나라의 교육수준과 비슷했다.

한국의 과학기술자 수는 연평균 14%씩 증가,1980년 1만8천명에서 1993년 9만8천명으로 5배 늘어났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저자는 높은 교육열을 유교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아울러 한국인의 근면성을 △국가적 특성인 강인함 △''한(恨)''심리 △학창시절의 상황 △극일정신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일을 빨리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게으름 피우지 말란 뜻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특유의 근면성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둔 분야는 자동차,반도체,가전제품 등이다.

김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사례분석을 통해 기술 습득과정을 설명한다.

공통적인 것은 한국의 시장진입을 두려워한 외국인들이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음에 따라 자력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는 점.

최고 수준의 외국제품을 구해다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역행적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우터벡 미 MIT 교수는 ''전쟁의 상처를 입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공업국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분석한 획기적인 책''이라고 했다.

컬럼비아대 넬슨 교수도 ''아시아의 기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을 임윤철,이호선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