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은 레시타티브(오페라의 대화체)가 특히 많은 오페라다.

부파(buffa·희극)의 묘미를 살리면서 얽히고 설킨 애증과 질투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데 레시타티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번에 쏟아놓는 레시타티브의 양도 적지 않다.

경쾌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숨쉴 틈 없이 레시타티브를 읊어야 한다.

그만큼 발음(diction)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오페라다.

지난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첫 레퍼토리로 막을 올린 ''피가로의 결혼''은 이런 측면에서 국내 가수들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아쉬운 무대였다.

피가로 역의 연광철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수들이 감칠맛 나는 리듬감과 정확하고 명징한 발음으로 레시타티브를 소화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 가수들에게 완벽한 발음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피가로의 결혼''이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 레퍼토리인 만큼 크게 흠 잡히지 않는 유연한 발음을 평소 연마해 놓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오페라 가수들도 연극배우처럼 관객의 가슴에 꽂히는 발성을 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피가로 역을 맡은 베이스 연광철은 완벽한 가창에 신경쓰기보다는 극적 효과를 살리는 노래와 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막 첫 카바티나(단순한 스타일의 아리아)부터 중심적인 음표에만 액센트를 주는 선이 굵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오케스트라 소리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답답한 가창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반면 백작부인 역의 소프라노 김인혜는 다소 불안하고 들뜬 가창으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랑을 빼앗긴 여인의 애달픈 심정을 적절한 울림과 레가토에 담아 객석에 전달하는 힘이 달리는 듯했다.

이 작품의 서정성과 안정감이 크게 돋보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신경욱 연출의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고 코믹한 표정을 살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케루비노로 나온 메조소프라노 추희명은 노래 못지않게 발랄하고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여 많은 갈채를 받았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