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햄버거 회사는 전세계에 2만5천개 이상의 분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판매액은 무려 3백60억 달러.

이 거대기업은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분점을 열 때마다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패스트 푸드의 상징인 이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최근 출간된 ''게임 오버''(페링거·라이슐·슈타틀바우어 지음,전재민·이미옥 옮김,참솔,9천7백원)에서 맥도널드의 주인이 바뀌게 된 과정을 읽고 놀랐다.

맥도널드 햄버거의 원주인은 리처드와 모리스라는 맥도널드 형제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 상표를 레이먼드 크록이라는 믹서기 영업사원에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껌값 정도에 팔아넘기고 말았다.

이들 형제는 훗날 맥도널드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나아가 세계를 석권하리라는 걸 몰랐다.

그 때문에 헐값에 소유권을 넘기고 세계적인 거부가 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맥도널드 형제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로 다른 사람을 부자로 만들고 스스로는 별볼일 없는 존재가 된 사람을 독일어로 페히포겔(Pechvogel),즉 불운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는 ''죽 써서 개 준 사람''에 관한 얘기 23가지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스포츠 상표 나이키 로고의 디자이너는 겨우 35달러를 대가로 받았고,유명한 밴드 그룹인 롤링스톤즈가 무명일 때 드러머 제의를 받았던 한 연예인은 당시 밴드팀이 무명이라는 이유로 단원이 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백만장자 팝스타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밖에 복사기를 발명한 사람,세계공통언어인 스마일 마크를 만든 사람,일회용 기저귀를 개발한 사람,볼펜 발명가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의 업적을 헐값에 팔거나 무지 또는 무관심 때문에 포기함으로써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긴다''는 말을 실감나게 해 준 불운의 스타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더라면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쥘 수 있었는데 인내심과 선견지명이 부족해서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 불행한 사람들을 추적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결과를 중요시한 나머지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였다.

성공한 얘기는 그 필연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패한 얘기는 미화할 필요가 없으므로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제 실패한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은 불운한 사람들을 주연으로,행운을 거머 쥔 사람들을 조연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실패 요인과 성공 비결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귀중한 교훈을 던져준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양병무·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