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와 드라마 ''해피투게더''를 합쳐놓으면 어떤 빛깔의 드라마가 나올까.

코믹멜로 아니면 코믹로맨스 드라마?

''깡패수업'' ''투캅스3''의 작가 박계옥과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오종록 PD가 머리를 맞댄 SBS 새 수목드라마 ''줄리엣의 남자''(14일 오후 9시55분).

지난 6일 SBS 시사회장에서 첫선을 보인 ''줄리엣의 남자''는 두 사람의 장기가 확연히 드러나는 드라마다.

백화점 경영권을 둘러싼 기업과 사채업자들간의 치열한 싸움과 M&A과정을 큰 줄기로 삼고 있지만 정작 드라마의 초점은 세 주인공과 조연들의 연기력.

신인급과 기성 연기자들에 따라 배역의 역할분담은 확연히 나뉜다.

날백수건달 장기풍역의 차태현은 고삐가 풀렸다.

1백억원짜리 부도어음을 들고 까부는 장기풍역을 능글맞게 소화해내는 차태현은 ''줄리엣의 남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다.

주위에서 "평소 모습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태연스럽다.

사채업계 큰손의 손녀딸 역 김민희는 깜찍하고 톡톡 튀는 신세대의 모습.

광고에서 봐온 이미지 그대로다.

차태현과는 네번씩이나 광고를 찍었지만 실제로 연기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부사장 김성령의 비서 조재현(심복규 역)도 코믹전선에 가담했다.

특히 차태현과 조재현은 영화를 통해 눈에 익은 작가의 취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두 인물이다.

두 작품만에 여주인공역을 맡은 예지원의 변신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가 맡은 차분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송채린 캐릭터는 낯설다.

KBS ''꼭지''와 분위기는 딴판이지만 이미지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조금은 불편하다.

''줄리엣의 남자''는 여느 코믹드라마 못지않게 웃기는 드라마다.

하지만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흡입력은 미지수다.

M&A를 둘러싼 암투속에서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코믹연기는 무거운 주제와 부딪혀 때로는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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