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지 1년된 초년생 CEO 앤드류.

그는 별볼일 없는 경영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첫번째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밤늦도록 사무실에 남아있다가 지하철을 탔다.

그러나 곧 열차 고장으로 터널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 때 경비원 노인 찰리가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건다.

노인은 자기 아버지가 철도회사를 경영하던 기업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앤디,당신 일생 중 최고의 날이 언제였지요?"라고 물었다.

"1년전 CEO로 승진한 날입니다"

"두번째는?"

"억대 연봉을 돌파한 순간이었죠"

그러자 경비원 노인은 앤드류의 무릎에 한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첫번째 유혹에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것도 가장 치유하기 어려운 유혹 말예요"

앤드류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선친께서는 첫 철도여객 노선이 개통됐을 때와 회사가 첫 이익을 냈을 때라고 말씀하셨지요.

자기 경력보다 회사의 성과를 먼저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훌륭한 대통령은 당선 순간보다 업적을 중시하고 뛰어난 야구감독은 부임한 날보다 우승 순간을 최고로 치는데 경영자가 실적보다 자기 성취에 연연해하면 회사 앞날이 뻔하다는 것이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패트릭 렌시오니 지음,송경모 옮김,위즈덤하우스,9천원)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은 앤드류와 경비원 노인 사이의 우화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에게 필요한 지혜를 전달한다.

저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경영컨설팅 회사 테이블그룹의 회장.

그는 자신의 체험과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설득력있게 드러내 보인다.

다섯가지 유혹이란 무엇인가.

△실적보다 지위를 선택한다-CEO들은 조직이 실패의 길을 걷고 있을 때조차 자신의 성과나 안위를 정당화하는 일이 잦다.

△결과 규명의 책임보다 인기를 선택한다-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케이스다.

△명쾌함보다 확실함을 선택한다-자신이 지적으로 빈틈없다고 자부한다.

△생산적인 의견충돌보다 조화를 먼저 택한다-건설적인 비판조차 불협화음으로 간주한다.

△직원에 대한 신뢰보다 일체의 반론불허를 선택한다-스스로 틀렸다는 점을 시인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들 대부분은 이 책에 묘사된 다섯가지 유혹 중 하나 이상에 넘어가 있다.

이같은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다섯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유혹의 순서를 거꾸로 거슬러 가며 하나씩 실천하면 놀라운 결과를 만날 수 있다.

''일체의 반론 불허보다 철저한 신뢰를 택하라''''조화보다 생산적 의견충돌을 택하라''''확실함보다 명쾌함을 택하라''''인기보다 결과규명의 책임을 택하라''''지위보다 실적을 택하라''

이튿날 이사회에 참석한 앤드류는 성과와 책임,의견충돌 등에 대해 명쾌한 주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3년후 회사는 성장 행진을 거듭했고 이사회도 잔치 분위기였다.

그리고 노인의 정체도 밝혀졌다.

그는 바로 옛날 사장이었던 것이다.

2∼3부에는 이같은 조언과 함께 CEO들이 실패하는 이유,자기진단,원리설명이 이어진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