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평론가 안치운씨의 ''한국연극의 지형학''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극장에 가는 것은 제 삶의 무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겪은 것만큼 느끼는 것도 진실일 것이다.

9월1∼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라신의 ''브리타니쿠스''는 극장의 어둠속에서 자신의 맨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관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두시간 내내 몸을 비비꼬느니 밝은 거리로 나서라.

3백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은 철학적인 대사로 일관하고 있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극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기본 구조는 연인들의 삼각관계.

로마의 네로 황제는 이복형 브리타니쿠스의 애인 주니아를 사랑한다.

네로는 주니아를 차지하기 위해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한다.

이른바 공포정치의 시작이다.

황제 등극이 예정돼 있던 브리타니쿠스.

그 자리를 빼앗아 아들 네로에게 준 아그리피나,간교한 신하 나르시스.

이들이 얽히면서 연극은 복잡한 심리드라마로 변화한다.

인간의 욕망이 죄를 낳고,그 죄는 죄의식으로 발전하여 또 다른 죄를 새끼친다.

프랑스국립연극컨서바토리 교수인 연출가 다니엘 메스기슈는 극의 미묘한 뉘앙스를 살려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라신의 ''브리타니쿠스''는 프랑스 연출가들도 어려워하는 고전 중의 고전.

메스기슈는 프랑스 특유의 색채감각을 강조했다.

외국인이 객원 연출한 작품으로는 완벽하게 무대를 장악한 드문 작품이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장면이 많다.

라신은 몰리에르,코르네유와 함께 프랑스 3대 극작가로 불리는 인물.유명한 ''페드라''가 라신 작품이다.

극작가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희곡이 모두 시로 쓰여졌다.

제목은 ''브리타니쿠스''지만 실제 주인공은 네로다.

당대에도 제목을 ''네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연출가 메스기슈는 "존재는 타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라신의 생각"이라며 "정신분석학과 정치학이 만나는 곳에 ''브리타니쿠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직 계미경 서희승 등 출연.

(02)2274-1151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