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22).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겐 청순하고 가녀린 이미지가 딱 어울려보인다.

갸름한 얼굴과 숫기없어 보이는 저음의 목소리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본인은 지겹게 들어서 싫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배역도 대부분 이런 이미지였다.

영화''동감''에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잊지 못해 평생 혼자 살아가는 역할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억척스런 똑순이 역을 맡았다.

MBC가 오는 13일부터 방영하는 새 수목드라마 ''비밀''(연출 김사현)의 동대문상가 의류판매원 희정 역.

가난한 집안에서 함께 자란 배다른 여동생(하지원)과 운명이 뒤바뀐 사실도 모른 채 두평 남짓한 가게에서 인생의 꿈을 키워가는 억척아가씨다.

"지금까지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를 거예요.

치마입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활동적인 여자입니다.

아마 ''국희''의 최신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지난달 31일 동대문의류상가 ''뉴존''에서 만난 김하늘은 스웨터에 운동화차림의 촬영복장이다.

"가난한 집안출신인데다 장사하는 사람 옷입는 것치고 너무 화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옷파는 직업인데 옷이 꾀죄죄하면 장사가 되겠어요"라며 되받는다.

지난해 모 드라마 인터뷰에서 ''예'' ''아니오''로만 답을 하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근 1년만에 신인티가 싹 가셨다.

김하늘은 한달에 한번 정도 친구들과 함께 밤늦게 동대문의류상가를 찾는 올빼미쇼핑객이다.

"전에는 진열대에 놓인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경했었는데 이젠 옷가지보다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이 먼저 가네요"

''비밀''에서 그의 연기상대는 동생역의 하지원.

''진실게임''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은데다 팥쥐역이다.

자칫 김하늘의 연기가 묻힐 수 있다.

''동감''에도 함께 출연했지만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연기해볼 기회는 없었다.

"작품으로는 두번째이지만 저도 지원씨가 연기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봤어요.무척 의욕적이고 열심이에요"라는 다소곳한 칭찬 속에서 은근한 승부욕이 느껴진다.

지난 98년 영화 ''바이 준''으로 데뷔한 김하늘에게 ''비밀''은 세번째 드라마다.

"어느날 갑자기 섹시 배우가 될 수는 없듯이 제 이미지를 확 바꿀 생각은 없어요.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줄리엣 루이스같은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가 새롭게 보여줄 작은 변신이 기대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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