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꼭지''의 애청자들은 드라마를 볼 때마다 열불이 난다.

''망나니''남편에게 허구한 날 두들겨 맞으면서도 무조건 참고 견디는 ''정희'' 때문이다.

''꼭지''게시판에는 "정희의 남편 상국을 어떻게 좀 해달라"는 반항의성 반청부성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요즘 들어서 주로 맞는 연기를 하다보니 촬영이 끝나면 진짜 몸이 아플 정도로 힘들어요.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흐뭇해요"

예지원(25).''꼭지''가 TV 데뷔작인 그는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첫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조연을 맡았다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극중 배역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어릴적 사고로 지적능력이 8세 정도인 정희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제 자신을 많이 돌아봤어요.보통 여자였다면 당장 이혼했겠지만 아직 동심을 지닌 정희라서 남편의 학대를 모두 참고 인내하며 사는 거죠.많은 분들이 이 때문에 더 가슴아파하는 것같아요"

그가 다음달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오는 9월14일부터 방영되는 SBS의 새 수목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에서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여주인공 채린(줄리엣)역이다.

매맞는 여인에서 유학파 출신의 백화점 사장 딸로의 변신이다.

채린은 파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 적대적 M&A 직전에 처한 아버지의 백화점을 구하기위해 귀국해 가업을 잇는 역이다.

''꼭지''의 정희와 ''줄리엣의 남자''의 채린.

''연기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도저히 어울릴 것같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24일 만난 예지원의 모습에서도 남편에게 두들겨맞아 성한 날이 없던 드라마속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두 배역이 전혀 다른 모습같지만 모두 닥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많이 닮았어요.물론 정희는 무방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채린은 닥치는 대로 맞서 싸운다는 큰 차이가 있긴 하죠"

''줄리엣…''의 채린역은 3시간의 오디션 끝에 따낸 배역이다.

실제상황과 똑같은 상황 아래서 대사 표정 노래 춤실력 등 모든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의 노래실력은 영화 ''아나키스트''에 한일 혼혈아 가네코로 출연해 프랑스 샹송가수 ''다미아''의 ''우울한 일요일''을 뇌쇄적인 표정으로 열창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수준급.

방송데뷔 전 5년동안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력을 다진 그는 "''꼭지''가 방송의 순발력을 길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새 드라마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예지원은 "연기는 자신의 몸안에 내재돼 있는 다면성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줄리엣…''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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