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2000년 가을 패션경향은 구두와 핸드백 등 소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구두는 큰 변화를 겪었다.

우아하면서도 멋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체적으로 슬림해졌으며 고급스러워 졌다.

앞 코가 예년에 비해 훨씬 뾰족했졌다.

12cm의 높은 굽도 있지만 그리 높지 않은 3~4cm 높이가 주류를 이룬다.

그렇다고 뭉툭한 펌프스 굽은 아니다.

가늘고 섬세한 힐굽이 달렸다.

여름용으로만 알았던 샌달이 겨울까지 생명을 연장한 것도 큰 특징중 하나다.

올 가을 구두의 특징을 트렌드를 이끄는 톱브랜드 제품을 통해 살펴보자.

<>시즌리스(Seasonless)=구두에 계절이 사라졌다.

분명히 가을 겨울용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앞 뒤가 터진 샌들이나 뮬(mule,슬리퍼 형태의 구두),슬링백(slong back,앞은 막히고 발뒤꿈치는 끈으로 연결되는 스타일)등 한여름용 구두디자인이 대거 선보였다.

또 11월에야 팔기 시작했던 가죽 롱부츠가 매장에 나왔다.

반면 9월이면 으례히 나오던 펌프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프라다의 팁토 슈즈나 구치의 골드 슬링백이 시즌리스를 이끄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프라다는 뒤꿈치가 드러나고 발가락이 살짝 보이는 팁토 슈즈를 주력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 물건을 주문할때 여름 디자인이 너무 많아 당황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또 "고가 명품브랜드를 사는 고객층은 계절을 타지 않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나름대로의 시장분석에 따라 이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프라다 컬렉션에서는 팁토 슈즈에 얇은 쉬폰 드레스를 걸친 차림이 추동 패션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골드 컬러=번쩍이는 골드는 올 추동패션의 강력한 아이콘이다.

단순 유행컬러중 하나라고 단정짓기에는 그 무게와 비중이 무겁고 크다.

패션전문가들은 "골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긍정적인 미래관을 이끌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골드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구치와 랄프로렌이다.

특히 구치는 실크와 스웨이드 가죽 등 다양한 소재에 골드를 입혔다.

구두전체가 금빛으로 번쩍이는 디자인도 있지만 카멜 컬러나 아이보리 컬러와 조화를 이룬 스타일도 히트 아이템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피=올 가을만큼 모피구두가 많이 등장한 때도 없다.

주 소재인 밍크털과 토끼털은 악어 낙타 등 가죽과 어울려 럭셔리 룩의 극치를 보여준다.

테스토니는 부드럽고 볼륨감 넘치는 퍼와 윤이 나는 가죽과의 콤비가 돋보이는 "포니라인"을 런칭했다.

발목에 퍼가 달린 부츠는 물론 가는 끈으로 엮어진 샌달에도 어느 한 부분에 모피가 달리는 등 포니라인의 다양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수공예 구슬장식=지난 봄 치마나 블라우스,심지어 청바지에까지 달리던 구슬장식이 이번에는 구두로 자리를 옮겼다.

페라가모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벨벳에 손으로 직접 정교한 구슬자수를 놓았다.

여성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올 가을 트렌드와 딱 맞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게 페라가모측의 얘기다.

설현정 기자 sol@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