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기괴한 상상력은 끝이 없다.

동네 아이들이 죄다 아이스크림으로 변해 녹아버리는가 하면(아이스크림),남과 똑같이 얼굴을 바꿀수 있는 여자아이가 예쁜 얼굴만 골라 훔치다 친구들이 도깨비 가면을 쓰고 나타나자 흉칙한 몰골로 망가지기도 한다(얼굴 도둑).

국내 공포만화팬들 사이에서도 추천목록 0순위에 오르는 이토 준지의 작품은 괴기스럽고 엽기적이다.

언제부턴지 "엽기"라는 단어가 남용되면서 그 어감의 자극이 둔해졌지만 그가 그려내는 호러의 세계는 날 것 그대로 건져올린 엽기자체다.

정교한 펜선으로 형상화된 기이한 괴수들은 질척이는 액체를 떨굴듯 끈적거린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인간들의 창백한 얼굴과 유리알같은 눈동자는 미세한 두려움까지 놓치지 않는다.

예상을 불허하는 상상력,생경한 그림체,탁월한 연출력은 독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공포심을 낱낱이 끌어낸다.

그의 대표작인 "소용돌이"와 "토미에"는 각각 "소용돌이"(감독 히구치 아키히로)와 "토미에 리플레이"(히가시 야스히코)라는 제목의 영화로 옮겨져 큰 흥행을 거뒀다.

두 작품은 지난달 부천영화제에서 선보인후 9월부터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극장에서도 정식 상영될 예정이어서 작가에 대한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소용돌이"는 한 마을에 내려진 소용돌이의 저주를 기둥으로 한다.

주인공은 조용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여고생 키리에.남자친구 슈이치의 아버지가 둥근 통속에 몸을 둘둘 말아넣어 자살한후 괴사건들이 잇따른다.

슈이치 어머니는 "당신도 소용돌이가 되라"는 환청에 시달리던 끝에 소용돌이 모양을 한 지문을 뜯어내고 귀속의 달팽이관까지 후벼파 숨진다.

등에 소용돌이 무늬가 번져 달팽이가 되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을 식량으로 잡아먹던 사람들은 맛이 더 좋다며 생살을 파먹는 지경까지 이른다.

소용돌이를 타고 도는 기이한 에피소드와 함께 인간들의 위선과 이기심,과시욕과 독점욕이 함께 돌고 돈다.

"토미에"는 파트1,파트2의 2편으로 나눠진다.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집단 토막살인당한 소녀 토미에가 괴물로 살아나 잔인하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한번보면 눈길을 떼지 못할 미모와 불가사의한 매력으로 남자들을 유혹한후 계속 토막살인당하고 그로써 증식에 증식을 거듭하는 토미에는 호러만화사상 잊지못할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더위의 끝자락에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