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가 산문집 ''아들을 위하여''(이룸)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이룸)를 나란히 펴냈다.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6천만이 가슴 설레는 요즘 황씨의 글은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는 1989년 방북 이후 쓰여진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담고 있어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머리속에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황씨에 따르면 그간 남북의 만남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만찬 같았다.

여우는 두루미를 초대해놓고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내놓는다.

두루미는 두루미대로 가는 호리병을 준비한다.

둘다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고 골탕만 먹는다.

황씨는 이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갱영화 같은 데서 봤지요? 양쪽 자동차에서 동수의 사람이 내리고,서로 물건 확인하고,동시에 주고 받고,무사히 떠나는 장면 말이지요.

왜들 그렇게 하겠습니까.

쌍방이 못 믿으니까 그러지요.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군축을 해야 합니다.

남측의 국가보안법과 북측의 노동당헌법도 개폐돼야 하고요''

통일에 대한 황씨 나름의 청사진까지 담고 있는 ''아들을 위하여''에는 분단시대 작가로서의 고뇌가 숨어있다.

황씨는 "20세기 아시아는 피압박자의,피압박자에 대한 킬링필드였다"며 "전지구적인 미국화에 맞서 아시아의 미래를 일궈나가자"고 주장한다.

''아시아에 아직도 문호라고 부를 수 있는 대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시아의 근대를 자기 삶으로 뛰어 넘고 자기 문학으로 완성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황씨는 동도서기(東道西器)가 아니라 서도동기를 주창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그릇이다.

''우리가 쓰던 냄비,오랜 세월 끓여오던 내용물과 양념이 아직 묻어있는 그릇.거기에 무엇을 담아도 우리 자신의 국밥으로 변하는 냄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교든 단군이든 수백년 논하던 이기일원론이든 중요하지 않다.

현실의 서도를 담아낼 그릇을 동아시아가 함께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황씨는 북한 지폐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집에 있는 아내에게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다며 당황해하던 북한 소설가,엘리트의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년에 한달씩 노동현장에 ''투신''하는 북한 대학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황해도 남자와 ''페양(평양)여자''의 아들로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 영등포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베트남전에 끌려갔다 돌아와 5년간의 망명과 5년간의 감옥생활을 거친 황석영씨.

남과 북에서 모두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결론은 ''조국은 하나''라는 것이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