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0월,한국 가요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발생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널리 알려진 가수 권인하(41)가 5집 앨범을 발표한지 40여일만에 타이틀곡이 표절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음반을 회수해버린 것.

MBC-FM "2시의 데이트"에 출연한 그는 팬들에게 공개사과를 한뒤 새롭게 5집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4년6개월간 앨범의 수정.보완 작업에 매달린 권인하는 최근 5집 앨범을 다시 들고 팬들을 찾아왔다.

"사실 표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표절기가 있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선배이니까요"

당시 문제가 됐던 곡 "너에게"는 데이비 포스터의 연주곡과 전주 부분이 비슷해 이미지를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뿐 멜로디를 표절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3개월 정도면 모든 것을 정리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작업을 하다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 완성이 늦어졌다.

이번 앨범을 위해 그가 만들고 녹음한 노래는 무려 50여곡.

멀티 테이프 9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중에서 13곡을 엄선해 실었고 처음 수록했던 5곡은 다시 담았다.

최구희를 비롯,함춘호 배수연 이주환 등 국내 최고의 세션맨과 작.편곡자들이 대거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5집에서 그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사람들은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 고음을 토해내는 가수로 그를 기억한다.

이 때문에 그의 노래는 들을 수만 있을 뿐 따라부르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부드러우면서도 비교적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 상당수 포함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첫번째 곡 "사랑은"(이윤경 작사,안정현 작곡)에선 이런 변신의 기미를 엿볼 수 있다.

감미로우면서도 서정적인 그의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타이틀곡 "너에게"(김해선 작사,김형준 작곡)는 대니 정의 섹소폰 연주와 샘리의 기타 연주에 권인하의 호소력 짙은 거친 고음이 잘 어우러져 애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의 80년대식 보컬의 매력은 "안녕"에서 잘 드러난다.

화해와 평화를 노래한 "공유","너만 남도록"도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가수의 생명력은 노래를 잘 할때 비로소 생기고 그것만이 가수를 늘 새롭게 해주는 비결"이라고 말하는 권인하가 댄스음악 일색의 가요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기대된다.

<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