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단이라고는 하지만 견습생 신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구석으로 밀려난 듯 했죠.그래도 단원 한사람 한사람이 내 스승이라 생각하고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한국발레의 히어로 김용걸(26)이 최근 50대1의 경쟁을 뚫고 파리오페라발레단 정식 단원이 됐다.

동양출신 발레리노(남자무용수)로서도 처음있는 쾌거다.

물론 5개월의 견습기간 동안 마음 고생도 적지 않았다.

사실 그는 지난 2월 파리오페라발레단으로 떠나면서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나의 실력을 인정해줄지 확신을 갖지 못했죠.그러나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장점을 살리다 보면 파리에서도 인정받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앳된 얼굴의 발레스타라서 그럴까.

순수하고 긍정적인 자세가 그의 최대 장점이란 느낌을 준다.

김용걸은 "몸매 기교 예술성 등을 모두 갖춘 무용수"(최태지 국립발레단장)로 평가받고 있다.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무용수란 칭찬도 있다.

중3때 발레를 시작한 순수 국산 발레리노가 파리무대에 당당히 입성한 것도 이런 탁월한 자질 덕택이었을 게다.

그도 "파리발레를 경험해보니 나의 무대경험과 테크닉이 오히려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표한다.

그가 굳이 파리로 간 이유는 뭘까.

그는 프랑스와 특별히 인연이 많았다고 한다.

"문예진흥원이 지원하는 연수를 프랑스에서 받았고 1998년에는 파리국제발레콩쿠르에서 파트너였던 김지영과 함께 듀엣 1등상을 수상했었죠.나와 김지영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어요"

물론 "러시아에서 왔느냐"고 물어보는 "사오정" 단원들도 있었단다.

국내 발레가 러시안발레 중심이기 때문에 나올 법한 물음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발레에 대한 인식자체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마저 떠나면 한국발레는 누가 이어갈지 불안하기도 하다.

"제가 떠남으로써 또 새로운 스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발레의 발전을 위해 맡아야 할 일은 세계 무용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라 생각해요"

김용걸은 오는 9월1일부터 3일까지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 로미오로 참가한 뒤 프랑스로 출국할 예정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