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21)은 환한 웃음이 돋보인다.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이 시원스레 웃는 모습에서 한여름 무더위를 훑고 지나가는 소나기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지난 19일 모 핸드폰 CF 촬영장에서 그를 만났다.

밖에는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

분장실로 들어서자 파란 반바지에 오렌지색 티셔츠 차림의 그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나 입는 옷차림이라 순간 당황스러웠다.

"죄송해요. 옷을 자주 갈아입는 CF라 가장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었어요"

이를 환히 드러내고 웃는 함박웃음이 보기좋다.

윤곽이 뚜렷한 코와 서구적인 눈매가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외국인이다 아니다"를 두고 옥신각신할 만 하다.

지난해 9월 MTV의 VJ로 데뷔할 때도 서구풍의 외모가 한몫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유진은 이제 "진짜 한국사람 맞느냐"는 질문에 진력이 났단다.

"맨날 물어봐서 호적등본이라도 떼서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에요"

지난 4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후 이유진은 단박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국적인 외모와 약간 새는 듯한 발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모습이 색다른 느낌이다.

불과 석달만에 KBS2 "시시터치 코미디파일" MBC "특종TV놀라운세상"MC, SBS "아름다운 성"등 방송3사를 넘나들었다.

지금은 "시사터치 코미디파일"과 MTV의 VJ로 활동영역을 줄였다.

대신 오는 24일부터는 KBS2의 시트콤 "멋진 친구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다.

극중 윤혜영의 동생 역이다.

버클리대 생물학도지만 한국이 좋아 부모 몰래 언니가 사는 한국으로 도망나온 말괄량이 숙녀 역할이다.

"아 드디어 내가 연기자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연기자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너무너무 어려워요"

이유진은 현재 서울여대 3학년 휴학 중.

1학년때는 과대표를 맡을 만큼 적극적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 웬 키(176cm) 큰 여자애가 죽기살기로 게임에 달라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봐요.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과대표로 절 밀었어요"

과대표 시절에는 친구들 소개팅 주선하느라 정작 자신은 남자친구를 제대로 사귀어보지도 못했단다.

그는 "제가 알고보면 천상 여자인데 주위에서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며 투정한다.

언뜻 소년같은 이미지도 풍긴다.

여고시절에는 이 때문에 후배 여자애들이 쫓아다니까지 했단다.

"제가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 얘들이 괴성을 지르며 환호할 정도였어요. 여자애들한테만 인기가 있으니 실속이 없나봐요"

이유진은 데뷔 이후 MC로는 참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연기는 처음이다.

들떠있는 모습이 마치 소풍을 앞둔 소녀같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잖아요,욕심부리지 않고 하나씩 배워갈거에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