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매력은 상징성과 함축미에 있다.

말줄임표로 더 많은 표현을 대신하는 연인들의 편지처럼 메타포(은유)는 우리 영혼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촉수다.

독일 작가 한스 요아힘 셰틀리히(65)의 "자유인 이솝"(전재민 옮김,참솔,7천원)을 읽다 보면 우화보다 더 우화같은 이솝의 삶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솝 이야기"의 작가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다.

원저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가상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부처나 소크라테스 또한 글 한 줄 남기지 않았으니.

문헌에 따르면 그는 원래 노예의 신분이었다가 나중에 자유의 몸으로 거듭났다.

못생긴 외모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 힘도 없었던 밑바닥 인생.

어느날 여신에게 선행을 베푼 뒤 말문이 열리면서 그는 지혜와 기지까지 함께 갖추게 됐다.

이 때부터 주인이자 유명한 철학자인 크산토스를 조롱(?)하며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우기 시작한다.

그가 철학자 크산토스에게 팔려갈 때 보여준 모습은 거의 현자에 가깝다.

"육체란 술집에 가지고 가서 그 속에 포도주를 부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중에는 저처럼 비록 낡아빠지고 못생긴 술통이지만 그 안에는 향기롭고 맛난 포도주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는 법이랍니다"

이솝은 언어의 힘으로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비췄다.

그러나 언어야말로 양날의 칼이 아니던가.

그는 델포이인들의 비위를 거스르다 격분한 그들에 의해 절벽으로 끌려간다.

갖가지 동물 우화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그는 결국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고 만다.

"말이 말로써 말을 지으니 말로 파한다"는 섭리까지 온 몸으로 증거한 것이다.

특별한 해석이나 문학적인 기교도 없이 그냥 편하게 읽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오래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건진 최고의 작품"(디 벨트보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