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은교씨(55)가 시창작론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문학동네)를 펴냈다.

원래 젊은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원조"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백년전 독일에서 나온 이 책은 많은 문학청년을 매혹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문학은 더이상 문화의 중심이 아니며,시는 더이상 문학의 중심이 아니다(문학평론가 남진우).

엘리트들은 더이상 문학을 하지 않는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다.

문학이 위기 아닌 적은 한번도 없지만 지금처럼 전면적인 위기를 맞은 적은 없다.

강씨의 편지는 뒤숭숭한 세상에서 여전히 시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격려이다.

산문보다 운문에 가까운 글들은 시창작의 비밀을 나직히 말한다.

"사유하여라,사유는 시를 음악보다 더 음악이게,그림보다 더 그림이게 하는 것이다"

강씨는 침묵을 강조하며 장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기성자가 왕을 위해 투계를 길렀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닭이 싸울수 있겠느냐" "아직 안됩니다. 교만하여 기운을 뽐내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또 물었다. "아직 안됩니다. 노려보고 기가 성합니다" 열흘이 지나자 다시 물었다. "거의 되었습니다. 나무닭같이 정신이 응집되어있습니다. 다른 닭이 보고는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도망칩니다""(달생 중)

좋은 시는 마지막 단계의 투계와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기성자는 "거의"되었다고 하지 "다"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한편의 시는 결코 "완성"될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다만 "포기"될 뿐이라고 했다.

이번 책에는 문학인생의 정신적 출발점이었던 아버지와 박두진 시인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겼다.

젊은 시절엔 시 한편을 완성할때마다 1kg가 빠졌다는 고백.

신춘문예 마감때문에 시험준비를 못해서 F학점을 맞은 과목도 많다고 한다.

강씨는 1968년 등단,시집 "허무집""빈자일기"등을 상재했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는 유명한 구절은 시집 "풀잎"에 실려있다.

<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