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과천의 경찰특공대 3층 강당.

SBS가 오는 19일부터 방송하는 미니시리즈 "경찰특공대" 시사회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시선이 한 연기자에게 쏠렸다.

미모의 여자 킬러 정단비 역의 신인탤런트 김유미(20).

연기자로서 첫 데뷔작인데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바짝 상기된 표정이다.

그는 "단비처럼 매력적인 배역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카메라 작가로 위장한 무기밀매 조직의 1급 킬러 정단비 역은 여자 연기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만했다.

목표를 제거하는 킬러의 냉혹함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의 따스한 심성을 함께 지닌 캐릭터다.

이 때문에 초보연기자인 김유미는 정세호 PD에게 혹독한 연기지도를 받았다.

촬영장에서도 야단을 가장 많이 맏았단다.

그는 "단비는 냉혹하고 차가운 느낌의 킬러지만 따뜻한 내면을 함께 지닌 인물"이라며 "그래서 성격을 묘사하기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극중 단비는 자신의 조직을 쫓는 경찰특공대 대원 동하(김석훈)와 사랑을 나누는 비운의 여인이다.

그녀의 카메라에 찍힌 표적들을 모두 살해된다.

단 동하만을 빼고.

자연스레 영화 "쉬리"의 이방희가 연상됐다.

""쉬리"는 벌써 열번넘게 봤지만 아직도 보고 있어요. 이방희 역을 맡은 김윤진 언니가 총 쏠때의 표정,얼굴 각도 등을 보고 있으면 공부가 많이 되거든요"

연기 경력이라고는 CF가 전부인 김유미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정단비 역에 캐스팅된 것은 "오기"와 "눈물작전" 덕을 많이 봤다.

오디션을 보러 간 그에게 대사를 몇줄 시켜본 정세호 감독이 대뜸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말아라"고 말하자 순간 오기가 생겼단다.

"계속 찾아가 이거 못하면 죽을 것 같다고 매달렸어요. 사실 그때는 이렇게 큰 역할인줄도 몰랐어요"

지성이면 감천.

그의 열성에 감동한 정 감독은 결국 그를 낙점했고 대신 철저하게 연기 담금질을 하고있다.

김유미의 사격폼은 경찰특공대에 파견된 교관이 "웬만한 남자출연자보다 낫다"고 칭찬을 할 정도다.

거기에는 현역 육군대령인 아버지의 연기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연기하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으셨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총을 쏠 때의 시선과 느낌 등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해 주세요"

"니키타""롱키스 굿나잇"등 여성전사가 등장하는 영화의 총쏘는 장면을 테입에 따로 편집해 볼 정도로 공을 들인 캐릭터 연구도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단다.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하는 모습이나 이지적인 얼굴 때문인지 김유미는 한결 성숙해보였다.

그는 "실제로 주위에서 모 탤런트 닮았다거나 나이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수시로 듣는다"며 웃는다.

"줄리아 로버츠처럼 자유롭고 털털한 느낌의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가 웬지 "경찰특공대"를 통해 스타 신고식을 치를 것 같은 예감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