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연주하기 힘든 악기가 제2 바이올린"(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최근 출간된 "위대한 이인자들"(데이빗 히넌.워렌 베니스 공저,최경규 역,좋은책만들기,9천원)은 1인자의 그늘에서 신화를 창조한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능있는 CEO만큼이나 소중한 명참모.

동서고금의 영웅들은 서로 비슷해보이지만 매우 다르다.

그러나 자만하지 않고 협력과 공조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그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을 앞서게 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위대한 협력자 정신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승자로 만드는 철학이다.

탁월한 2인자들은 용기와 창의성,건강한 자아라는 3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을 추구한다.

이 책에 등장한 10명이 그것을 몸으로 증명한다.

자신을 감추면서 리더의 꿈을 실현시킨 2인자들.

스티브 발머와 크레이그 배럿이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례없는 성공이 스티브 발머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윈도 운영체제 선적부터 최고급 인재 공급까지 모든 부문을 책임지고 있으며 빌 게이츠보다 더 공로가 큰 인물로 꼽힌다.

이 둘의 관계는 리더와 협력자 간의 상생관계를 잘 보여준다.

핸리 포드 시대의 "미국기업론"에서는 최고경영자가 모든 권한을 독점했지만 오늘날 글로벌 환경에서는 위대한 협력자와의 평등주의 사고가 더 필요하다.

인텔의 신용회복과 생산성 향상에 정열을 바친 진보적 협력자 크레이그 배럿은 아름다운 협력자 정신의 모범을 보여준다.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러츠도 그런 경우.

최고경영자 이튼은 개성이 강한 이단자 러츠를 감동시킬 수 있는 덕목을 갖췄으며 러츠는 결정적인 순간에 리더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서로의 창조적 역할과 존경심을 확인시켰다.

리더를 앞서게 하는 것이 2인자의 재능임을 보여준 메릴 린치의 겸손한 파트너 윌스롭 스미스 또한 훌륭한 조력자다.

정치와 스포츠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출신의 마오쩌둥에게 미련없이 1인자 자리를 내준 지식인 저우언라이,트루먼 대통령의 오른팔로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조지 마셜,클린턴 대통령과 환상의 콤비를 이룬 앨버트 고어 부통령,스탠퍼드대 여자 농구팀 부감독인 에이미 터커 등은 가장 빛나는 조연으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재능있는 사람이라도 혼자 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2인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최고가 될 수 있다.

"포춘"선정 5백대 기업의 총수 중 86%가 이인자들이었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들은 "승진가도형"에 속한다.

일인자 역할을 양보한 "후진참모형"과 현재 위치의 보좌역에 충실한 "조연형"도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영광의 일인자가 되려고 하기보다 위대한 2인자가 되는 게 더 힘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두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당신은 슈퍼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최고의 인재와 팀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혼자 조직을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최고의 협력자가 될 준비를 갖췄는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