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인간의 고통을 다룬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법학은 어떤가.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법학의 목적도 치유에 있다.

세가지 모두 인간의 고통을 덜고자 하지만 한결같이 불완전하다.

이유가 뭘까.

셋의 장점을 서로 나누어갖지 못하는 탓 아닐까.

판사같은 시인,시인같은 의사,의사같은 판사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법학 교수로 재직중인 안경환씨의 "셰익스피어,섹스어필"(프레스21)은 법학과 문학의 적극적인 만남을 주창하는 산문집이다.

"문예운동"등 각종 신문 잡지에 실린 글을 한자리에 모았다.

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안 교수는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시비에 휘말렸을때 감정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의 증언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문학인들에게 "욕"을 먹어야하는 이유가 될까.

안씨의 대답은 "안될 말씀"이다.

"문학인은 "법의 잣대로 문학을 잰다"는데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든 정치,과학,예술적 실험을 종합하는 유일한 가치체계는 법이다. 흔히 작가지망생은 법률가를 "인생을 모르는 속물"로 안다. 법학도는 문인들을 비생산적인 족속으로 본다.모두 "자기만의 방"에 갇혀있는 탓이다. 벽을 허물어야한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판사 윌리엄 더글러스는 판결문에 인디언 시를 인용했다.

영국의 계관 시인 오든의 경우 "법은 사랑처럼 어디 있는지 왜 있는지 모르는 것/사랑처럼 억지로는 못하고 벗어날수도 없는 것/사랑처럼 대개 울게 되지만 대체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란 시를 남겼다.

법학과 문학이 화해할만큼 성숙했을때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