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연(21)은 소주가 잘어울릴 것 같은 연기자다.

인터뷰 내내 재잘거리며 솔직하게 얘기하는 모습에서 풋풋한 신인티가 한껏 묻어난다.

지난 6일 KBS의 새월화드라마 "RNA"의 시사회가 끝나자 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뾰루퉁한 표정이다.

그는 "역시 연기는 어렵다"며 "촬영때는 느끼지 못했던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띄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레모나 CF로 데뷔한 지 만 1년만에 "RNA"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세계에 뛰어든 셈이다.

요즘 세태만큼이나 빠른 변화다.

작년 봄 서울에서 열린 무용콩쿠르에 참가한 후 압구정동에 갔던 기획사 직원의 눈에 띄어 CF활동을 시작했다.

그후 지난해말 "LA아리랑"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데 이어 현재 KBS2의 시트콤 "멋진친구들"에서는 공주병에 걸린 방송작가로 출연중이다.

그는 "원래 성격은 약각 푼수끼가 있을정도로 털털한 편이라 공주병에 걸린 작가 연기도 쉽지는 않다"며 웃는다.

MBC의 "목표달성 토요일"의 공동MC까지 맡고있으니 그의 방송계 데뷔과정은 길거리캐스팅 CF 쇼프로그램 드라마 순으로 이어지는 요즘 방송가의 "새피수혈" 메커니즘의 전형인 셈이다.

KBS가 N세대를 겨냥해 제작한 미니시리즈 "RNA"에서 김채연은 여고 무용반 학생으로 출연한다.

의문사와 초능력 등의 소재로 엮은 "여고괴담"류의 공포드라마에서 그는 미술선생인 이민우를 사랑하는 홍수지 역.

하지만 여고시절 깡패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게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등 아픈 내면을 지닌 결코 간단치 않은 배역이다.

그는 "호흡이 짧은 시트콤과 달리 배역에 대한 몰입이 중요한 드라마는 처음이라 촬영을 끝내고 돌아서면 다시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로 부족한 면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성당에서 눈물신을 찍을때는 감정을 잡는다고 아침부터 울어 눈이 퉁퉁부을 정도로 순진하기도 하다.

그는 배두나 김효진 등 N세대 스타들이 출연하는 RNA에 가장 늦게 캐스팅됐다.

제작진은 무용실력을 갖춘 연기자를 고르느라 홍수지 역을 두고 고심을 했다.

이때 부산 신라대 무용과 2학년 휴학중인 김채연을 보고 만장일치로 배역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중2때부터 무용을 배운 김채연은 드라마에서도 "1인2역"으로 제작진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발레신을 대역없이 1백%로 소화해내는데다 "백조의 호수"에 맞춰 안무까지 고안해내는 재주를 발휘한 것.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대뜸 물어보는 질문도 "무용실력이 그럴싸 했나요"였다.

대학에서는 한국무용을 전공하는데 극중에서는 발레 신이라 조금 마음에 걸렸단다.

데뷔 이후 1년 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게 뭐냐는 질문에 "CF 수입으로 서울에 조그만한 집을 장만한 것과 사생활 관리때문에 친구들과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한 것"을 꼽는 그에게서 가식적인 연예인 티가 나지 않아 좋았다.

"홍콩여배우 장만옥처럼 쓸쓸함과 도회적 분위기를 함께 지닌 여배우가 꿈"이라는 새내기 연기자 김채연의 바람이 어떻게 여물지 기대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