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담임 목사직을 아들에게 넘겨주는 "교회세습"이 관행처럼 만연되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계 단체가 이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섰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손봉호.홍정길.강영안)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담임 목사직 세습은 언약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근본을 흔드는 매우 위험하고도 불행한 사태"라고 비판하고 "교회세습에 대한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단체가 교단 내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대형교회 "오너목사"들의 세습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윤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재벌총수마저도 경영권을 포기하는 오늘날 혈연관계에 의지해 교회의 평안을 추구하려는 것은 교회가 깊이 병들어 있다는 증거"라면서 "담임 목사직의 세습은 물량주의와 특정 목사에 의한 강단권 독점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낳은 결과로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윤실은 이달부터 네티즌을 상대로 담임 목사직 세습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오는 9월에는 교회 세습에 대한 공개 포럼을 열기로 했다.

또 9월에 예정된 각 교단의 총회에 맞춰 교단본부를 방문,세습을 막기 위한 교단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세습 교회를 교단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키로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교회 세습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4월30일 등록 신자수 8만5천여명에 달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광림교회(서울 강남구 신사동)가 담임 김선도 목사의 후임으로 아들 김정석 목사를 선임하면서부터.

이같은 결정이 교인들에게 알려지자 광림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교회세습에 반대하는 글들이 폭주했고 감리교단의 기관지는 교회세습을 강력히 비판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지난 97년 창립자 김창인 목사의 차남인 김성관 목사가 담임 목사직을 승계한 서울 충현교회도 김 목사가 괴한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교회세습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소망교회 도림교회 구로중앙교회 인천주안교회 대구서문교회 등 교인수가 수만명에 이르는 대형교회가 이미 세습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원로목사는 "담임목사도 교회에 헌신했지만 일선에서 전도를 통해 교회를 부흥시키고 교회의 재정을 돕는 성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형교회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검증받지 못한 아들에게 담임 목사직을 물려주는 교회 세습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