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주영씨의 장편 "아라리 난장"(전 3권.문이당)은 보부상의 후예인 봇짐장수 장꾼들의 이야기다.

사내들의 의리와 사랑,음모와 배신을 그린 장쾌한 대하 드라마에서 날품팔이 인생은 탁발수도승의 달관한 눈빛으로 세상사를 꿰뚫는다.

장터바닥을 떠도는 인생이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허리 꼬부라진 노파가 오뉴월 뙤약볕에 점심까지 굶고 좌판 지키고 있는 것 보면 눈물이 나와.손끝에 물도 안 묻히게 생긴 젊은 여자가 와서 꽁치 한마리에 얼마예요 하지.그럴땐 콱 쥐어박고 싶어.꽁치 상품 10마리 2천원이 말이 돼.꽁치는 어부의 피눈물이 배어있는 "고통치"여"

소설의 주인공은 강원.경상.전라.충청도를 떠도는 도부장수다.

"미주알에 된똥이 들락날락하게 장짐을 졌던"선질꾼의 후손들은 천변 해장국집에서 허기를 달랜뒤 장터로 나선다.

그중엔 앵벌이 조직을 탈출한 청년과 IMF위기로 직장을 잃은 샐러리맨도 있다.

그들은 한데 얼려 중국과 러시아로 행상일 나가지만 동료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다시 모여 재기를 도모한다.

"미국놈 딸라 빌려다 맥도날드 사먹으면 포주돈 빌려다 갈보 끼고 자는 것과 똑같지.그게 먹은 것 게워내고 게워낸 것 도로 퍼먹는 거야.밑빠진 독에 물 붓고 있으면 등뼈만 휠 것이니 집구석 망조 드는 것은 시간 문제지"

토속어로 이루어진 문장은 판소리 가락 만큼 구성지다.

"섭산적이 되도록 절구질 해주겠다(두드려패겠다)""아귀다툼을 잘코사니로 알아서(고소하게 여기고) 해식해식 웃었다""메기 잔등에 뱀장어 드나들듯 요리조리 발뺌한다"...

시인 신경림씨는 "팔도 사투리가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설도 없다"고 극찬했다.

팔도 명산품 안내서를 겸한 이 책은 알뜰한 요리연구서이자 장타령 채보집이기도 하다.

고추.명태의 국산품 감별요령은 가외의 소득이다.

소설가 김원일씨는 "팔도의 풍광과 먹거리를 유려하게 펼쳐보인 역작"이라고 평했다.

김주영씨는 "쉴새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을 이겨내기위해 납작 엎드린 자작나무가 가장 좋은 바이올린의 재료가 된다"며 "그 자작나무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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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 수칙

첫째 밤낮 안가리고 일한다.

둘째 자기가 한 일을 남에게 자랑 않는다.

세째 작은 일에도 목숨 건다.

네째 아무리 값진 물건도 돈과 바꾼다.

다섯째 함께 하는 동료 일을 내 일처럼 여긴다.

여섯째 자기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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