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영은씨가 신작 장편 "그녀의 여자"(문학사상사)를 펴냈다.

1996년 남편 김동리씨가 세상을 떠난지 4년만이다.

작가가 "삶의 폐허에서 벌인 한 판 굿"이라고 소개한 소설에는 동성애와 자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은 중년의 여류 화가.

남편이 아무말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그 정서적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양아들의 애인인 젊은 여기자에게 빠져든다.

"난 정신 차리고 싶지 않아.정신 차리고 살만한 일이 더 이상 없어".

이 작품은 동성애에 빠진 중년 여성이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동성애는 하나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관계의 불가능성을 말하기 위해 금지된 사랑을 설정했다.

"나를 풍차처럼 미친듯이 돌려주는 너의 환영을 사랑한다. 이 광기어린 질주는 삶이 감추고 있는 공허에 대한 통렬한 도전이다"

문학평론가 김정란씨는 "이제 여주인공은 남편을 놓아주고 서늘한 영혼의 영역으로 돌아와야한다"며 "망할놈의,예쁜 애물단지인 육체를 데리고"라고 덧붙였다.

서씨는 "상실의 문제에 침윤된 나머지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다"며 "나는 내가 아니라 망령들이 사는 집에 불과했다"고 집필기를 회고했다.

서씨는 요즘 탱고를 배우며 언어로 풀지 못한 갈증을 달래고 있다.

윤승아 기자 a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