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불문과 이인성 교수는 난해하기로 이름난 소설가다.

독자 스스로 작품을 해체,재구성하지 않으면 10장도 읽어나가기 힘들다.

"언어의,언어에 의한,언어를 위한" 삶을 주창해온 이 작가는 "네 작품은 죽어도 영화로 못만들겠다"는 이명세 감독의 말을 최고의 찬사로 받아들인다.

문학은 문학만이 할수 있는 것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블(novel)"에서 "스토리 북(story book)으로 전락한 소설은 영화에 백전백패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인성씨의 문학관이 담겨 있는 산문집 "식물성의 저항"(열림원)이 출간됐다.

1980년 이후 20년간 발표된 산문을 모은 이번 책은 "신없는 순교에의 도박"을 자청한 문학인의 신앙 고백과 같다.

"문학은 눌변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달변은 믿을수 없으므로.그것은 저들의 체계이자 함정이므로".

침묵이 금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침묵의 한 형식으로 글쓰기를 택할수 밖에 없었던 청년의 문학적 출사표다.

이씨는 "눈뜬 장님으로 코끼리 다리 만지기에 그치고 싶지 않은 문학은 보이지 않는 전체를 향해 허구의 조각을 꿰어나간다"며 그 무모한 열정이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는 문학과 영화의 "동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소설에의 욕망은 문화적이지만 이야기에의 욕망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과격한 표현을 쓰자면 소설을 이야기로 환원,원초적 욕망을 자극해보겠다는 것은 인간을 퇴행시켜 짐승처럼 부려보겠다는 의도다".

스승 김현이 간경화로 세상을 뜨기까지 마지막 과정도 눈물겹다.

"26일의 첫 소식은 주사기로도 더 이상 복수가 빠지지 않는다는 암담한 것이었다. (김현)선생은 누이에게 말하였다. "이(인성)선생보고 기저귀 좀 사다 달라고 해"기저귀를 사오며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인의 병상을 지키던 날들의 기록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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