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금빛 강이 유혹하듯 온몸을 출렁이지만 속절없이 바람을 기다린다.

저녁나절이 되자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선착장이 범장(물에 띄우기 전에 요트에 세팅하는 과정) 준비로 부산해진다.

성산대교 남단의 양화 선착장.

흰색 마스트를 곧추세운 채 늘어서 있는 요트떼가 자아내는 풍경이 사뭇 이국적이다.

굉음과 함께 질주하는 제트스키와 수상스키 사이를 세일에 바람을 가득 안은 채 유유히 지나치는 요트.

이만큼 자연과의 조화를 좇는 스포츠가 있을까.

세일 가득 바람이 와닿는 순간 요트가 한쪽으로 쏠린다.

세일을 잡고 있던 로프를 잡아당기고 틸러(키)를 바깥쪽으로 살짝 민다.

풋 밴드에 발을 걸친 채 몸을 요트 밖으로 힘껏 젖힌다.

뱃머리를 지나쳐온 물살과 강바람이 시원스레 등줄기를 훑고 지나간다.

멀리 양화대교 남단의 교각들이 눈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길게 솟은 마스트, 자연풍을 가득 안은 삼각형의 흰 세일, 그리고 사람.

불현듯 이대로 서해 바다로 달려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스피드만을 좇는 레포츠와 달리 요트는 자연의 참맛과 속도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하기로 맘먹어 못하는 스포츠가 없지만 요트만은 다르다. 바람 없는 날에는 하염없이 기다리며 새삼 자연을 생각하게 된다"는게 요트를 즐기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세계 최대의 요트대회인 아메리카컵에서 베테랑 요트선수들이 경기도중 하릴없이 바다 가운데 떠있는 이유도 바람 때문이다.

요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바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돛과 신체의 위치변화 등 처음 배우는 이에게는 꽤 복잡해 보이지만 물위에서 직접 실습해보면 금세 감이 온다.

요트는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쉽게 뒤집히기 때문에 항상 돛과 키의 조화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지만 전복되더라도 커다란 돛이 지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다.

뒤집힌 배를 다시 세우는 요령도 독특하다.

바닥 중앙에 달린 센터보드에 올라 선체를 앞뒤로 굴리면 반동에 의해 물에 잠겨 있던 세일이 일어나며 요트가 천천히 바로선다.

간단히 기본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초보자라면 잔잔한 강에서 타더라도 두어번 물에 빠질 각오는 해야한다.

아직까지 국내 요트인구는 대학교 동아리와 일반인 클럽이 대부분이다.

부유층 레포츠라는 인식 탓도 있다.

한강요트클럽의 오일배씨는 "스포츠로서 요트는 비용이 절대 비싼 게 아니다"며 "학생들의 경우 주말이면 요트를 타기 위해 두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말했다.

오씨는 학창시절 타임스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를 본 후 언젠가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맘먹은 후 근래들어서야 비로소 요트를 시작했다.

요트는 모터가 있는 크루저급과 모터가 없는 딩기급으로 구분된다.

영화속 주인공이나 외국의 연예인들이 즐겨 타는 요트는 대부분 크루저급.

요트 안에 부엌 침실 등이 갖춰져 있다.

딩기급은 혼자서 타는 돛 한개짜리 레이저와 돛이 2개 이상인 2인승 엔터프라이즈, 4백20급, 4백70급이 있다.

4백20급과 4백70급은 배의 길이에 따라 붙이는 명칭이다.

요트를 레저로 즐기는 일반인들은 장비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요트는 국내에서 생산이 되지 않는데다 워낙 비싸 대부분 대여로 해결한다.

복장은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면 무난하다.

구명 조끼와 신발은 요트학교에서 제공한다.

초보자는 4시간의 이론 및 시뮬레이션 교육을 마치면 곧장 실습에 들어갈 수 있다.

교육비는 4일간의 이론강습과 대여료를 포함, 10만원선.

좀더 짜릿한 스릴을 느끼기 위해 바다로 나가길 원한다면 중급과 고급단계를 각각 따로 교육받아야 한다.

서울시 요트협회(02-414-8571)는 평일과 주말반으로 나눠 교육하고 있다.

한강양화 요트경기장(02-2636-8260)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