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은 나무들의 마을이다.

나무는 푸르름으로 숲을 헹구고 나이테를 늘려 스스로를 살찌운다.

나무의 삶은 우뚝 솟은 키보다 착실하게 넓혀간 나이테 때문에 더 소중하다.

인생도 마찬가지.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

사람에게 나이테는 어떤 의미인가.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젊은 시절 자기성취와 사회공헌에 진력하다 노년을 맞는 순간,우리는 너무 빨리 고목으로 퇴출돼버리지 않는지..

노년이란 그냥 저무는 해가 아니라 잘 익은 가을 곡식과 같다.

그저 얹혀 사는 "덤"이 아니라 오랜 연륜을 자양분 삼아 더욱 풍요롭게 삶을 가꿔야 할 시기다.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노년기.

행복하게 늙고 싶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고광애 저,아침나라,8천원)는 바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삶의 지침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곳곳에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3백만명 시대.

노년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문제지만 가족이나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삶의 주변부로 밀려난다고 외로워 말고 적극적으로 자기 생활을 즐겨야 한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유럽을 깊이 알고 싶다며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한 할아버지 얘기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그는 50대 후반에 영어공부를 시작해 61세 때 동시통역 대학원 영어.일어 과정에 수석합격하고 컴퓨터를 배운지 4개월만에 하이텔 교육원이 된 멋쟁이.

이어령 교수나 이성태 교수처럼 "컴퓨터는 황혼녘 치매예방에 최고"라며 인터넷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일화도 음미할 대목이다.

노년기의 건강관리는 필수적이다.

유아식이 있듯 노년식도 있다.

소금이나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우유와 생선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노년의 경제학도 체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일러주는 노년의 지혜 몇가지.

말을 잘하기보다 듣기를 잘해야 한다.

말하는 것은 지식이요 듣는 것은 지혜라고 하지 않던가.

내맘에 꼭 드는 건 없으니 다른 사람의 개성을 인정하라.

어림짐작이나 나를 맹신하는 것도 금물.

자질구레한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편하게 즐겨라.

몸단장도 하고 옷도 제대로 입어라.

청력이 나빠지므로 목소리를 낮춰라.

자리를 가려가며 나들이하라.

기억력은 감퇴되고 고집만 남으니 건망증에도 대비하라.

무조건 지시하고 권위를 부리려는 행동 또한 바보짓이다.

그것은 탐욕과 열등감의 산물.

젊은이들을 외계인 대하듯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 말고 자기 세계를 즐겨라.

지나친 궁금증도 자제하라.

간섭을 줄여야 소외감도 줄어든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심장의 고동이 사라져 버릴 때 미소를 짓는 것도 익혀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시구처럼 의연하고 성숙한 자세를 익혀야 한다.

이밖에 "제 대접은 자기 하기 나름-늙었다는 걸 무기로 자리 양보나 공짜 요구를 하지 말라""말을 아껴 말의 권위를 확보하라""마음에 없는 거절이나 사양은 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어진다"는 조언도 귀담아 들을 얘기다.

부부사랑은 늘그막에 더욱 돈독해야 하는 법.

여태까지 밖으로만 나돌던 남편이 생뚱스럽지만 파를 다듬어준다든지 마늘을 까주며 나이든 아내와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중요한 건 이런 미래의 밑그림을 바로 지금부터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달음박질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잠시 생각해볼 일이다.

노년층보다 청장년층에게 이 책이 더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