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직들이 엄청난 자금을 IT(정보기술)에 투자해 왔지만 생산성이나 수익성 증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80년대 이후 IT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에서 상대적으로 나쁜 결과를 나타냈었다.

신기술의 도입 못지 않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시스템과 개인 직무의 변화가 뒤따르지 못한 탓이다.

조직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까.

"MIT 정보화미래기업 보고서"(마이클 모턴 편저,김효근 문윤지 공역,시그마인사이트컴,1만8천원)는 IT혁명이 시작된 80년대 중반이후 미국의 기업과 공공조직이 당면한 이런 문제에 답하기 위해 발간됐다.

IT가 어떻게 미국의 기업 및 공공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차세대 미래조직으로 변신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는지,미래의 기업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지 심층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1990년대의 조직:정보기술과 조직의 변화"다.

미국 MIT Sloan경영대학원 석학들과 미국의 10개 초일류기업 및 2개 정부기관의 경영자들이 1984년부터 5년여에 걸쳐 산학협력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다.

최종보고서 2권중 일반인을 위해 쓴 보고서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한마디로 MIT 석학들이 IT에 기반한 미래조직의 변화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의 포커스는 정보화가 급진전될 90년대를 앞두고 80년대까지 미국의 조직들이 겪어온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선진적인 미래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을 찾는데 데 맞춰져 있다.

15년전 이슈가 된 논점들을 인터넷혁명으로 IT의 지형이 더욱 확대된 21세기 초반에 굳이 번역해 내놓는 이유는 뭔가.

역자인 김효근 교수(이화여대 경영학과)는 "이 책은 미국이 80년대 불황의 늪을 딛고 90년대 신경제(New Economy)의 부흥과 디지털 지식경제시대를 리드할 수 있게 한 예언서"라고 전한다.

이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이 80년대 후반 고민했던 정보화 관련 문제들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기업과 공공조직의 현실에서는 15년전 연구결과이지만 오늘날 가장 필요한 복음서이자 실천전략이라는 얘기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MIT의 석학들이 각각 분담해 집필했다.

3장 "과거와 현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은 전화와 전보를 인용해 현재의 IT의 확산을 설명하고 있다.

또 IT의 통합수준이 높아질수록 조직에 대한 기술의 영향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기업간 경쟁과 협력"(4장),"IT도입에 따른 사업설계"(5장),"경쟁전략 개발과 연계,그리고 재수립"(6장)에서는 IT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것이 기업의 경계와 전체 산업의 특성을 어떻게 재구성하게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조직간의 경쟁형태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다.

마지막 9장 "조직의 변화"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IT의 활용이 가져올 조직 프로세스와 조직원 역할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에는 90년대 이후 불어닥친 디지털혁명과 인터넷 발전에 대한 논의는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변화의 핵을 이루는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보고 있어 IT마인드를 조직경영에 제대로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02)707-3330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