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얘기하면 흔히 "자연의 도"를 떠올린다.

"만물은 음을 짊어지고 양을 포괄한다(만물부음이포양)"는 노자의 구절도 먼저 해와 달,하늘과 땅,낮과 밤 등과 연관시킨다.

그러나 노자의 "도"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수없이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인간의 도"이다.

특히 "남녀의 도"다.

노자의 "도덕경" 6장에는 "계곡의 신은 죽지 않으니 이것을 검은 암컷이라 한다.

검은 암컷의 문(현빈지문).이것을 하늘과 땅의 뿌리라 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이나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현빈"이 노자의 철학,특히 생명관과 우주관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노자와 성"을 쓴 중국의 문화인류학자 소병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상고시대 생식숭배,모성숭배 현상으로 대표되는 성의 신화와 풍속이 노자 철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풀어헤치려 하는 것이다.

그는 "도"사상의 이면에 성담론 내지 성학(sexology)가 암호처럼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또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도덕경의 성담론을 터부시하는 바람에 노자철학과 섹스얼러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문화인류학의 시각을 바탕으로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학제적인 이론과 방법을 동원해야 노자의 암호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문화인류학 사이드에서 전혀 새로운 노자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소병과 섭서헌의 공동저작인"노자의 문화해독"을 기초로 하고 있다.

"노자의 문화해독"은 "노자와 신화"(상편)"도의 원형이미지"(중편)"노자와 성"(하편)"인류학으로 본 노자의 생애와 심리상태"로 이뤄져 있다.

이중 소병이 집필한 "노자와 성"과 서문을 독립적으로 묶어 발간한 것이다.

먼저 1장 "노자와 생식기숭배"에서는 "현빈지문"이나 "중묘지문"이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하고 있다고 이론적으로 검증한다.

"도와 음양"(2장)에서는 중국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범주인 음과 양의 유래와 배경을 찾아간다.

이어 농작물을 재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두가지 상징성을 지닌 "생산"의 의미를 고찰(대지모친과 두 종류의 생산.3장)하고 여성숭배에 대한 사료들을 제시(모성의 빛.4장)하고 있다.

필자는 "소병현상""소병학파"란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번뜩이는 창의성을 가진 학자로 이름나 있다.

중국과학기술대,남경대,미 프린스턴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활동을 해왔으며 "장강 문명총서"등을 책임집필하기도 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