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4일.

인터넷에 최초의 전자책 "총알 올라타기(Riding The Bullet)"가 떴다.

종이책이 아닌 파일 형태의 e북(e-book)이 첫선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전세계 2백만명의 네티즌이 앞을 다퉈 접속했다.

나중엔 사이트가 마비되고 해킹까지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섯군데 웹사이트에서 1초에 2.5건의 다운로드 주문이 들어왔을 정도로 성황"이라고 보도했다.

그 화제의 중심인물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다.

그의 작품은 지구상에서 1억권 이상이나 팔렸다.

걸어다니는 문화산업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그의 최신작 소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원제:Hearts in Atlantis)"(최수민 역,문학세계사,전2권,각권 8천4백원)가 국내에 상륙했다.

그가 전자책으로 네티즌들을 열광하게 만들기 직전 종이책으로 펴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다섯개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은 연작소설이다.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흡인력과 숨막힐 정도의 긴박감까지 갖췄다.

스티븐 킹 특유의 환상적인 공포소설 문체를 만끽할 수 있다.

1960년에서 1999년까지의 미국을 무대로 격동의 히피시대와 월남전쟁기의 후유증,방황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그리고 있다.

1부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은 환상.공포와 가슴 절절한 홈드라마가 겹쳐진듯한 작품.

11살 소년 바비는 아파트 3층에 세든 노인과 여름 한철 우정을 맺는다.

그는 노인에게 배운 여러가지로 인해 친한 친구와 여자친구 캐롤 버거로부터 멀어지고 세상과도 경계를 쌓는다.

작가는 길바닥의 돌차기 그림을 무시무시한 것으로 만들거나 도시의 평범한 풍물들을 환상으로 치환시키는 재주를 마음껏 발휘한다.

2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에서는 월남전 당시 사회의식에 눈뜨는 대학 신입생 피트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까지 당연시돼왔던 생각이나 의견이 격동기에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평화운동단체 회원인 바비의 옛 여자친구 캐롤버거에게 매료되기 시작한다.

나머지 세편도 그의 독창적인 문체와 상상력을 재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그는 여러가지 소재들을 자유롭게 통합시키고 가로세로로 직조하면서 입체적인 느낌을 재창조한다.

부드러운 감성과 격정적인 분위기를 조화시킨데다 치밀한 추리기법까지 녹여내 책읽는 맛을 더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