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기자출신인 이 교수는 지난학기 수업시간에 곤혹스런 일을 겪었다.

자신의 기자시절 모습을 보고싶다는 학생들을 위해 방송사에 자료를 조회한 결과 당시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록의 보관과 유지에 인색한 국내 기록문화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다.

지금까지 방치되어 온 국내의 방송영자료를 한데 모아 체계적인 보관과 검색이 가능하도록 한 "디지털 방송영상 아카이브"가 21일 방송회관에서 문을 연다.

한국방송진흥원(원장 이경자)이 정부로부터 18억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 9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단독으로 영상자료실을 운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와는 달리 일반인과 관련업계가 영상자료를 공유하는 국내 최초의 영상정보 공공센터다.

현재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참고영상자료 등 베타테이프 약 6천시간분의 프로그램이 디지털로 압축,저장돼 있다.

올해 안으로 이미 확보하고 있는 1만6천시간분의 프로그램를 모두 디지털 자료화할 예정이며 앞으로 약 10만 시간분량까지 데이타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방송진흥원은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YTN,Q채널,드라마넷,SBS프로덕션 한국케이블TV PP협의회 등과 자료공유협정을 맺었다.

현재 기타 지역민방사 및 PP 등과도 협정을 추진중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지금까지 영상자료의 체계적 보관.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독립프로덕션과 PP에 데이타베이스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를 원하는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archive.kbi.re.kr)을 통해서 장르별 색인검색도 가능하다.

이 원장은 "선진국들은 문화계와 정부의 지원아래 이미 오래전부터 영상물을 보존하는 기구들을 운영해왔다"며 "우리 나라도 뒤늦게 나마 영상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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