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통화인 유로는 지난해초 1유로당 1.18달러라는 약세로 출발해 6개월 뒤에는 1.04달러까지 떨어졌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새로운 판도를 만들 것으로 예상됐던 유로의 출범이 달러와의 전쟁 초반부터 비실거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의 "계산된 약세"라는 분석이 있다.

2002년 유로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전까지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심산이 들어있는 것이다.

어쨌든 대서양을 사이에 둔 통화전쟁(아틀란틱 전쟁)은 시작됐고 수년안에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인 경제사상가이자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새 저서 "디지털시대의 아시아경제"(우제열 역,느낌이 있는 나무,7천5백원)에서 유로가 강력한 국제통화로 부상하면서 유럽의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아틀란틱 전쟁에서 승자의 자리는 유로가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유럽은 GDP(국내총생산)와 수출 등 실물경제 측면에서 미국보다 우위에 있어 유로를 중심으로 한 단일경제권의 위력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

물론 유럽 자본시장의 폭과 깊이가 아직은 미국에 미치지 못해 달러 헤게모니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유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에 이르면 유로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오마에는 유로의 출범과 유럽의 통합이 새로운 세기를 지배할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강조한다.

통화전쟁을 대리전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패권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면 아시아는 뭐하고 있나"며 되물어본다.

그는 네트워크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걸맞게 아시아도 결국 유니언(Union)을 조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각료회의)을 구심점으로 아시아 경제와 정치,문화적 결속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오마에는 "다음 세기에서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면 다음 세기에도 희망은 없다.

이것이 아시아가 치러야할 구조조정"이라고 말한다.

다시 한번 오마에의 해박한 식견에 감탄을 보낼 만한 책이다.

특히 미국경제가 10년안에 침몰할 것이란 전망이 눈에 띈다.

미국 증시의 과열로 인한 연착륙의 실패,유로의 부상과 달러의 퇴조 등이 가시화될 경우 올해가 장기호황이 끝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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