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을 바라보는 시인 유안진(59)씨가 새 시집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냈다.

표제작 "봄비 한주머니"를 보자.

"320밀리리터짜리/피 한 봉다리 뽑아줬다/모르는 누구한테 봄비가 되고 싶어서/그의 몸 구석구석 속속들이 헤돌아서/마른 데를 적시어 새살 돋기 바라면서/..."

"용서를 거듭해도 복수가 되지 않는" 나이.

시인은 살아온 모두가 기적이었으므로 기적이란 따로 없다고 말한다.

자비하신 우연으로 다시 마주칠 땐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입으로 "부우헝" 한마디 울고 말겠단다.

단아한 모습으로 종교(카톨릭)적인 세계를 일구어가는 시인을 가리켜 문학평론가 최원식씨는 "순명과 항명사이의 긴장을 견디는 환속의 나그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추를 달려고 바늘에 실을 꿴다/...어림짐작으로 바늘귀를 헛꿰면서,숱한 세상 문 어느 것 하나라도 바늘귀 아닌 것이 없기는 커녕 바늘귀 만큼이라도 확실히 뚫린 세상문이 하나만이라도 있어주기를 빌어 마지 않으면서/"(세상 문)

윤승아 기자 a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