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농담이나 은은한 색채로 심산유곡을 펼쳐내는 산수화는 동양화의 뼈대를 이뤄왔다.

산수화는 자연의 표현이자 작가의 인생관이 투영된 대상이기도 했다.

서울 덕수관 미술관에서는 변관식 김은호 박승무 이상범 허백련과 더불어 근대 전통산수화의 6대가로 꼽히는 심산 노수현(1899~1978)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심산 노수현 탄생 1백주년 기념전".

그가 작고한 후 처음 열리는 회고전으로 1920년대 초기에서 타계직전까지 그린 작품 60여점이 전시돼 있다.

심산 작품은 정형적인 화면구도위에 골격미가 돋보이는 필세와 공간감을 통해 고고한 정신세계를 추구한 게 특징.

후대로 오면서 빗방울을 뿌려놓은 듯한 우점준법,윤곽을 그리지 않고 먹을 묻혀 한번에 그려내되 붓을 뉘어 주름진 형상을 표현하는 몰골준법,나무를 독특하게 표현하는 수준법을 중심으로 독특한 화풍을 이뤄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된 메뉴였던 산수화는 물론 기명절지도 수하인물도 수석도 석란도같은 다양한 작품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특유의 암골미넘치는 바위그림이나 몇점 안되는 폭포와 겨울풍경,최근 발굴된 "화조"도 만날수 있다.

심산은 황해도 곡산 출신.

보성중 1년 수료후 경성 서화미술원에 입학해 안중식과 조석진의 문하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1923년 이상범 변관식과 함께 소장미술인단체인 "동연사"를 결성해 전통회화의 변혁을 시도했다.

종래의 관념 산수화법에 반기를 든 이들은 현실시각에 입각한 실경 산수화를 즐겨 그리며 한국 화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술회 회원,서울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미술계가 특정작가를 사후에 본격 재조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외국의 경우 유명작가의 기념전을 사후 일정한 시점에 집중 개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작업을 소홀히 해왔다.

장영준 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노수현전은 작고작가를 재평가해 그 맥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드믄 시도"라면서 "장기적으로 특정 작가나 단체를 재조명하는 전시회를 정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18일까지.

월요일 휴관.

(02)779-5310~2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