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하늘의 별만 바라보고 걷다가 웅덩이에 빠진 탈레스의 일화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그는 비록 하늘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코앞에 있고 발 밑에 있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트라키아 처녀가 비웃었다.

철학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반대하려면 여전히 이 조소만으로도 충분하다"

전통 형이상학이 "하늘의 별"을 고찰하는데 몰두했다면 현대는 철학에 우선 "발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상적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보적인 소장 철학자로 주목받는 이진우(44) 계명대 교수가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철학교양서를 펴냈다.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푸른숲,8천9백원).

머리말을 빌리자면 "코앞에 있고 발밑에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해명해 오랫동안 철학과 현실을 갈라놓았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책은 정보화.생명공학.세계화라는 세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펼펴진다.

디지털이 몰고온 사회.문화적 지각변동 속에서 철학의 새 좌표를 사유하는 과정에서 골라낸 3대 주제다.

철학은 "시대와의 대화"라는 대전제 아래 멀티미디어 정보 감성 섹슈얼리티같은 구체적인 재료들을 성찰한다.

만화 "사이버펑크"의 주인공의 대사를 실마리로 멀티미디어 시대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살피거나 니체를 매개로 21세기 정치를 논한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에서 돈의 논리를 꿰뚫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 "무제의 철학 에세이""문제의 글""삶바라기 글"이라고 이름붙였듯 책은 학문적.인위적 체계성을 갖추려 하지 않는다.

대신 철학의 실존 근거이며 실존 토대인 "삶"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현상들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

섣불리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제화"에 더 중점을 뒀다.

진지하지만 경쾌하고 여유롭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 교수는 연세대 독문학과를 졸업한후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유주의 사상을 견지하지만 전투적 자유주의와는 궤를 달리하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저서로 "도덕의 담론""이성은 죽었는가""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정치철학"등이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