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읽어라"

최근 유럽에서 열린 국제 도서전시회의 공통된 화두다.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제37회 볼로냐 국제 어린이책 전시회는 아동물 출판의 새 트렌드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디지털 붐이 한풀 꺽이고 전통적인 종이책과 자연미를 강조한 캐릭터,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하는 그림들이 대거 출품됐다.

손으로 누르면 여러 가지 소리들이 튀어 나오는 팝업북이나 모형책,소리나는 책 등 재미있는 액티비티 북이 눈길을 끌었다.

2-3년전까지 인기를 모았던 멀티미디어관은 전체의 1%도 안되는 10여부스에 불과했다.

꿈나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인기 캐릭터와 일러스트레이션이 전시장 안팎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중에서도 전통문화를 접목한 작품이 많았다.

출판 기획자들이 자기나라의 고유문화를 도서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독창적인 이미지가 주목받았다.

서구 주도의 획일적인 어린이 도서시장이 바뀌는 것도 관심거리다.

현지화와 글로발화를 연계한 제3세계 국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집트의 "20가지 이야기속에 나타난 모하마드의 삶"은 "새로운 지평"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국에서는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 재미마루(대표 이호백)가 유일하게 부스를 열었다.

재미마루는 지난해 IBBY(국제어린이 도서 협의회) 특별부문 우수 도서상을 받은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등 11종을 출품했다.

4월말 출판 예정인 "씹지않고 꿀꺽 벌레는 정말 안씹어"를 미리 선보였다.

이 책은 실험성이 강한 그림동화로 각국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앞서 열린 파리 국제도서전에서도 요란한 전자북 바람은 가라앉고 전통적인 종이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공쿠르상 수상작가 쟝 에슈노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컨텐츠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며 "창작자와 수용자가 상상력의 징검다리를 통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 곧 독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인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위해서라도 저작권 보호가 더욱 강화되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도서관 대여 서적 한권당 5프랑씩 저작권을 받자는 제의까지 나오고 있다.

볼로냐=고두현 기자kdh@ked.co.kr